[특집] 6.3 조기 대선
광장에서 국민으로, 다시 민주주의로
“시민이 국가를 지켜냈습니다. 이제, 주권자의 시간이 시작됩니다”
2025년 6월 3일, 대한민국이 역사적인 선택의 길목에 섰다. 조기 대선 투표가 전국 1만 4천295개 투표소에서 일제히 시작되며, 오후 8시까지 이어지는 투표는 단순한 권력 교체가 아닌 헌정 회복과 민주주의 복원의 순간으로 기록될 것이다. 지난해 12월 3일 계엄의 공포에서 시작된 고통과 불안의 6개월은 시공간을 넘어, 이제 우리는 주권자의 권리를 통해 다시 나라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려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대한민국 제21대 대통령은 취임 직후, 합창의장으로부터 군통수권 보고를 받고 국무총리, 장관, 대사 등을 포함해 3만여 개에 이르는 인사를 단행하며 '대한민국 최고책임자'로서 수많은 과업을 수행해야 된다. 무엇보다 광장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은 통합의 정치로 쪼개진 대한민국을 봉합하는 일이 최우선일 것이다.
"왜, 조기 대선이 치러지는가?“
2024년 12월 3일, 대한민국 현대사의 결정적 전환점이 된 날이다. 계엄령이 선포되었고, 군의 명령이 곧 법이 되며 민주주의는 하루 아침에 정지되었다. 그날 이후 정치는 무너지고, 헌법은 침묵했으며, 권력은 주권자인 국민의 손을 떠났다.
이날의 충격은 단순히 정권의 일탈이 아닌 헌정 파괴, 다시 말해 내란이라는 역사적 범죄였다. 수십 년간 이어져온 민주주의의 퇴적층이 산산이 부서진 순간이었다.
그로부터 6개월, 이제 국민은 묻고 있다.
“당신은 어디에 있었습니까?”
그리고 우리는 투표로 대답하려 한다. “나는 국가를 지키고 있었다.”
이번 선거는 권력을 뽑는 절차가 아니라, 무너진 헌정 질서를 복원하는 첫걸음이다. 단지 새로운 대통령이 아니라, 다시는 내란이 반복되지 않도록 민주주의의 뿌리를 깊게 심을 지도자를 뽑는 것이다.
"대선의 본질은 통합, 그리고 치유다"
한국 사회는 지금 오랫동안 축적된 분열과 갈등이 극단에 다다른 상태이다. 계층 간 소득 격차, 지역 간 불균형, 세대와 성별의 대립, 이념의 편향이 모든 분야에 걸쳐 만성화되어 있다. 그러나 위기의 본질은 갈등이 아니다.
갈등을 조정하고 통합할 수 있는 "정치가 사라졌다"는 사실이다.
6.3 조기 대선은 새로운 대통령에게 단순한 행정 수반 이상의 역할을 요구한다. 광장에서 울려 퍼진 시민의 목소리, 거리에서 외쳐진 생존의 절규, 소외된 이들의 고통을 모아 '공감과 치유의 리더십'으로 연결해야 한다.
더 이상 강자만을 위한 국가, 특정 진영의 권력 구조는 용납되지 않을 것이다. 정치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시대의 종말과 이제 국민이 직접 주도하는 정치의 시간이 시작되어야 한다.
"이재명 vs 김문수, 교차하는 한국 현대사의 두 인물"
이번 대선은 후보의 삶 자체가 시대정신을 대변한다. 고도성장 시절 소년공이었던 이재명과 노동운동가였던 김문수가 너무나 다른 모습으로 마주섰다.
이재명 후보의 부모는 성남 상대원 시장에서 청소를 하면서 생계를 이어왔다. 단칸방에서 부모와 함께 기거하며 고무부품 공장, 냉장고 공장 등에서 일하며 검정고시를 거쳐 사법시험에 합격한 그는, 누구보다 가난했고 누구보다 집요했다. ‘무수저’라는 별명은 단지 배경이 아닌, 그가 싸워온 인생 자체를 압축한 말이다.
김문수 후보는 1970~80년대 민주화 투쟁의 상징적 인물이었다. 그러나 그는 지금 극우 보수의 아이콘으로 변모했다. 과거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투쟁하던 그가, 어떻게 내란 정권의 계승자로 다시 등장하게 되었을까? 한국 정치사에서 ‘가장 아이러니한 변화’로 꼽힐 만한 사건이다.
이재명은 가난한 삶 속에서 공감과 개혁을 이야기하고, 김문수는 신념이라는 이름으로 보수 유튜브와 결합해 반동의 정치에 참여하고 있다.
이 대조적인 두 인물은 우리가 오늘 어떤 가치를 선택할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과거의 유산을 반복할 것인가, 새로운 시대정신을 개척할 것인가."
"혐오와 조롱, 이제는 끝나야 할 ‘악마화 정치’"
보수 진영은 지난 수년간 이재명을 ‘빨갱이’, ‘범죄자’, ‘괴물’로 만들기 위한 악마화 전략에 집중해 왔다. 그의 가족사, 개인사까지 조롱의 대상이 되었고, 정책은 실종되었다.
그러나 이 전략은 끝내 성공하지 못했다. 지난 3년간 이재명을 악마화 했음에도 불구하고 왜 윤석열 정권은 성공하지 못했고, 국민의힘과 김문수는 이재명을 일그러진 자아를 가진 미치광이 괴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한 게 전부다. 오히려 국민은 정치의 품격과 방향성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이재명만은 막아야 한다’는 구호가 내란 정권의 유일한 선거 전략이 되는 현실은 참담했다. 이는 정치가 아닌 증오다. 그리고 증오로는 미래를 만들 수 없다.
국민은 더 이상 혐오에 동원되지 않을 것이다.
정치는 다시 사람의 삶, 국민의 존엄, 사회의 연대를 말해야 한다. 이번 선거는 이재명을 지지하든 아니든, 더 이상 국민을 괴물과 괴물이 아닌 사람으로 나누는 시대를 끝내야 할 전환점이다.
"광장에서 배운 것들, 정책으로 이어져야 한다"
이번 대선은 추운 겨울 광장에서 시작됐다. 고등학생은 ‘평화’를, 청년은 ‘차별 없는 세상’을, 노점상은 ‘도시 빈민을 돌보는 나라’를 원했다.
그러나 대선 후보들의 공약에서는 그런 목소리가 보이지 않았다.
쪽방촌을 방문하고, 시장을 돌면서 사진을 찍었지만 정작 공약에는 ‘빈민’이라는 단어조차 없었다. 이는 단지 무관심이 아니다. 기득권 정치의 구조적인 맹점인 것이다.
진정한 리더는 낮은 곳을 바라본다.
실제로 홈리스, 이주 노동자,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한 정책이 없는 한, 광장의 정신은 소멸되고 말 것이다.
다시 한번 시민은 외친다.
“정치는 우리 삶과 떨어져선 안 됩니다. 기억하세요, 광장에 진 빚을.”
"다시, 국민의 시간이다"
지난 6개월간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잃었다.
공항에서 비행기가 폭발하고, 공사장에서 고가도로와 지하터널이 붕괴되고, 대형 산불로 국토가 타들어갔다. 초등학교 학생이 학교에서 목숨을 잃고, 배달 노동자가 도심 한복판에서 싱크홀에 빨려 들어가 목숨을 잃었다. 그렇게 국가 시스템은 마비되어 있었으나, ‘내란 종식’이란 명분 아래 모든 고통은 외면당했다.
그러나 시민은 포기하지 않았다. 침묵 대신 연대했고, 공포 대신 희망을 선택했다. 이제는 그 희망을 현실로 바꾸는 시간이다. 투표는 단지 의무가 아닌, 우리가 만든 세계에 대한 확신의 표현이다.
민주주의는 더디고 때론 아프지만, 끝내 국민의 손으로 완성되는 체제이다. 6.3 조기 대선은 그 증거가 될 것이다.
"국민이 이긴다. 역사가 움직인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그 대통령은 국민에게 빚을 졌다. 그는 광장의 함성, 눈물, 절규, 침묵까지 모든 것을 기억해야 한다.
국민은 기다리지 않고, 행동한다. 투표를 통해 다시 한번 대한민국의 주인이 누구인지 보여주려 한다.
이제는 말이 아니라 선택이다.
이제는 비난이 아니라 책임이다.
이제는 권력이 아니라 국가다.
그리고 그 모든 중심에는 ‘당신’이 있다.
전영주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