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시작되면 공은 어디로 튈지 모른다. 축구는 예측불가의 스포츠다. 그래서 더 짜릿하고, 더 사랑받는다. 전 세계 207개국이 축구연맹에 가입되어 있고, 길거리든 경기장이든 공 하나만 있으면 어디서든 경기를 할 수 있다. 이 단순하지만 위대한 스포츠의 매력에 빠져 20년간 땀을 흘려온 여성들이 있다. 바로 계룡시의 대표 생활체육팀, '후레쉬여성축구단'이다.
축구가 아직 ‘남성 중심’이라는 편견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않은 현실 속에서도, 이들은 꾸준히 운동장을 지켜왔다. 정규 훈련과 주말 훈련을 거르지 않으며, 전국 대회를 목표로 팀워크를 다지고 있다. 지난 5월 25일, 본지는 계룡시 후레쉬여성축구단의 소은영 회장과 만나 이들의 열정과 도전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았다.
▲ 정준영 계룡시체육회장(우)과 소은영 계룡시 후레쉬여성축구단 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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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 하나면 충분합니다”, 축구의 매력에 빠진 가정주부들
“축구는 공 하나만 있으면 됩니다. 비싼 장비도 필요 없고, 복잡한 규칙도 없어요.” 소은영 회장은 축구의 장점을 ‘편의성’이라는 단어로 요약했다.
“선진국의 동네 공원에서도, 개발도상국의 골목에서도 아이들과 어른들이 함께 공을 차는 모습은 언제나 감동적입니다. 이처럼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스포츠가 얼마나 있을까요?”
그러면서도 축구의 본질이 ‘단순함 그 이상’이라는 점을 소 회장은 강조했다.
“축구는 손이라는 인간 최고의 도구를 금지하고, 컨트롤이 가장 어려운 발을 사용해야 하잖아요. 그래서 더 예측할 수 없고, 더 극적입니다. 그게 바로 <공은 둥글다>는 말이 가진 깊은 의미입니다.”
소 회장은 독일 국가대표팀의 전 감독, 제프 헤어베거의 말을 인용했다. “사람들이 왜 축구를 보러 가는지 아세요? 누가 이길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축구는 강한 자가 이기는 것이 아니라, 이기는 자가 강한 것입니다.”
20년의 발자취, 전국이 주목하는 생활체육의 강자
'후레쉬여성축구단'은 2005년 창단 이후, 지역의 작은 생활체육 팀에서 시작해 충남과 전국 무대에서 여러 차례 우승과 준우승을 거두며 ‘강팀’으로 자리 잡았다.
주요 수상 이력만 살펴보더라도 화려하다.
2013년 충남 축구동호인 퀸즈리그 우승, 2023년 충남축구협회장기 우승을 비롯해 2011년 생활체육대회, 2015년 충남 어머니 생활체육대회, 2022년 충남도지사기 등에서는 준우승을 기록했다.
또한, 페어플레이상, 감투상, 장려상, 공동3위 등 다양한 개인·팀 부문 수상을 통해 실력과 팀워크, 스포츠 정신을 동시에 인정받아 왔다.
무엇보다도 이들의 존재감을 전국적으로 알린 계기가 된 건 2022년 SBS 예능 프로그램 ‘골때리는 외박’ 출연이다. 당시 'FC 아나콘다'팀과의 경기 장면은 '후레쉬여성축구단'의 실력을 대중에게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는 주부이지만, 경기장에서는 선수입니다”
현재 후레쉬여성축구단은 23명의 팀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은 대부분 가정주부이자 직장인이지만, 월요일과 목요일의 정규 훈련, 주말의 전술 훈련 등에는 빠지지 않는다.
“생활체육이라고 만만하게 보면 안 돼요. 훈련 강도나 전술 완성도 면에서 우리가 프로팀 못지않다고 자부합니다.”
소 회장은 <2025년 도민체전 우승>을 목표로 구체적인 전술 훈련과 체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녀는 “창단 멤버 5명이 여전히 선수로 뛰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후레쉬여성축구단의 끈끈한 팀워크를 엿볼 수 있다”며, “가족 같은 분위기이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계룡시에서 전국대회를 열고 싶습니다”
소은영 회장은 인터뷰 말미에 진심 어린 바람을 전했다.
“계룡시에서 전국 여성축구대회를 개최하고 싶어요. 이곳은 국방수도이자 전국에서 가장 깔끔하고 조용한 도시입니다. 이곳에서 여성축구대회를 열면, 계룡시의 위상도 높이고 '후레쉬여성축구단'의 실력도 알릴 수 있겠죠.”
이 같은 바람에 대해 정준영 계룡시체육회장은 “전국대회 유치 타당성과 가능성을 면밀히 검토해, 지역 체육인의 염원이 실현될 수 있도록 체육회 차원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화답했다.
「후레쉬여성축구단」
이름처럼 신선하고 강인한 이들의 열정은 오늘도 운동장을 달린다.
“공은 둥글다.” 누가 이길지 모르는 게임 속에서, 이기는 자가 되기 위한 이들의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 축구를 통해 삶을 더 단단하게, 지역사회를 더 풍성하게 만들고 있는 계룡의 여성들. 그들의 다음 승부가 벌써부터 기대된다.
전영주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