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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유진의 유람일지(儒覽日誌)] 솔비움, 함께 ‘공감’하고 삶의 ‘지향’을 찾는 시대를 열다

놀뫼신문 | 기사입력 2025/04/08 [18:38]

[한유진의 유람일지(儒覽日誌)] 솔비움, 함께 ‘공감’하고 삶의 ‘지향’을 찾는 시대를 열다

놀뫼신문 | 입력 : 2025/04/08 [18:38]

 

[한유진의 儒覽日誌]  

한국유교문화진흥원 솔비움, 

함께 ‘공감’하고 삶의 ‘지향’을 찾는 시대를 열다

 

문화(Culture)는 밭을 갈아 경작한다는 의미를 지닌 라틴어 ‘Cultus’에서 유래했다. 문화는 저절로 생겨나는 게 아니라 인간이 주체적으로 무언가를 심고, 기르고, 키워내는 것이다. 따라서 배양할 수 있는 환경을 지속적으로 만들어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한국유교문화진흥원(이하 ‘한유진’)의 라키비움(도서관+기록관+박물관) 공간 ‘솔비움’은 다양한 문화의 씨앗을 발아하며 지역 사회는 물론 전국 각지에서 발걸음이 이어지는 문화 사랑방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유교문화 속 가치를 기반으로 ‘유교’라는 단어에만 얽매이지 않고 문학, 환경, 인권, 여행 등 다양한 분야로 외연을 확장‧연계해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문화프로그램들로 공간을 가득 채워나가고 있다.

 

 

북클럽 ‘공감(共感)’

 

한유진이 개설한 독서 소모임 북클럽 '공감'은 일상에서 벗어나 책과 문장을 두고 함께 사유할 수 있는 장으로 마련됐다. 첫해엔 우리 삶에 깃든 유교문화 속 정신가치를 토대로 시인, 소설가, 환경예술가 등 다양한 분야 작가가 직접 참여한 가운데 북토크 형태로 진행됐다.

1기 첫 회에 초청한 함민복 시인은 개인의 소외와 자본주의의 폭력성을 특유의 감성적 문체로 쓴 작품들이 독자의 사랑을 받아 온 우리나라 대표 시인이다. 청빈의 삶에 대한 긍정과 따뜻한 진솔함이 담긴 산문으로도 유명하다. 시집으로 「말랑말랑한 힘」,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등이 있으며, 산문집으로 「눈물은 왜 짠가」등이 있다. 그동안 김수영 문학상을 비롯한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함민복 시인은 본인의 시 ‘흔들린다’, ‘부부’, ‘악수’, ‘섬’ 등을 바탕으로 자신이 걸어온 삶의 역사 속에서 어떤 영감으로 각각의 시를 쓰게 되었는지 세심히 풀어내며 독자들의 공감을 얻었다. 또 주제 도서인 ‘섬이 쓰고 바다가 그려주다’의 배경이 되는 제2의 고향 강화도에서의 일상과 깨달음을 얻었던 순간들을 소개하고, 유교문화의 근본이 되는 인의예지와 공감의 정신에 대해 이야기했다.

본격적인 북토크는 시인이기도 한 정재근 한유진 원장의 진행으로 이뤄졌다. 참석자들의 다양한 질문을 바탕으로, 함 시인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형태의 북토크는 삶의 고민, 다양한 사회 문제, 인문학적 가치 등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키워드들로 열린 소통의 장이 됐다. 정재근 원장의 시와 인문학에 관한 풍성한 해설이 함 시인과 독자들의 만남에 있어 견고한 오작교 역할을 했다.

함 시인을 시작으로, 권제훈 소설가, 이재무 시인, 이정록 시인, 유희경 시인, 글로벌 생태예술 창작그룹 시티애즈네이처(강수희, 패트릭 라이든) 등 각계에서 주목받는 다양한 작가들이 직접 참여해 북토크를 진행했다. 본래 20명 내외 소모임 형태 프로그램이었으나 인근 지역을 넘어 전국에서 매회 기준 인원 2∼3배 이상의 인원이 찾아 공간을 가득 채웠다.

이어진 북클럽 ‘공감’ 2기는 육군항공학교 등 지역 사회 군 장병들에게 특화된 프로그램으로 진행되어 군인 인성교육을 강화할 수 있는 중요한 마중물 역할을 했다. 군내 독서문화를 활성화하고 군 장병들이 계급을 떠나 책을 매개로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됐다. 또 군에서 추천하는 도서인 진중문고 목록과 연계해 한유진이 뽑은 키워드를 중심으로 주제 도서를 선정하는 등 군 독서문화 창달에 한유진이 중요한 큐레이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었다.

 

▲ 북클럽 ‘공감’에서 시인이기도 한 정재근 한유진 원장의 진행으로 함민복 시인과 관객들의 북토크가 진행되고 있다.     ©

 

▲ 북클럽 ‘공감’에서 생태예술 창작그룹인 시티애즈네이처가 관객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

 

북콘서트 ‘지향(智香)’

 

북콘서트 ‘지향(智香)’은 ‘지혜의 향기를 품다’와‘ 삶의 지향점을 찾다’라는 중의적인 의미를 담은 프로그램으로 오피니언 리더들의 강연과 퓨전 공연이 관객들을 맞고 있다. 지리적 접근성과 공간 규모를 고려해 50명 정도 관객으로 계획되었으나, 매회 100여 명 이상의 신청자들이 몰리며 성황리에 진행중이다. 1회엔 전영애 서울대 독문과 명예교수가 초청됐다. 전 교수는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인정받는 최고의 괴테 전문가로 아시아 여성학자 최초로 전 세계 괴테 연구자들에게 노벨상에 버금가는 ‘괴테금메달’을 수상한 바 있다. 전 교수는 저서 ‘꿈꾸고 사랑했네 해처럼 맑게’를 바탕으로 경기도 여주에서 여백서원을 가꾸며 국내 최초로 괴테마을을 조성하고 있는 본인의 삶과 지향점을 소개하며 많은 관객의 공감을 얻었다.

2회엔 우리 시대 대표 고전문학자인 정민 한양대 국문과 교수가 연사로 나섰다. 대중들이 어렵다고 느낄 수 있는 고전문학을 현대적인 관점에서 고유의 언어로 활발하게 해설해 온 정 교수는 지금까지 100여 권의 책을 저술하고 촌철살인의 통찰이 담긴 칼럼을 써온 우리나라 대표 파워라이터다. 지역 사회는 물론 정 교수를 흠모하는 전국의 팬들이 참여한 가운데 연암 박지원의 예술론과 인생론이 담긴 저서 ‘비슷한 것은 가짜다’를 주제도서로 강연이 이루어졌다. 북토크는 이상균 한유진 연구진흥실장이 진행하였으며, 유교문화와 연계해 정 교수와 관객들간의 활발한 소통의 시간이 마련됐다. 연암과 함께 생각의 틀을 깨고 삶의 좌표를 찾아나가는 여정에 참여자들 모두 높은 만족도를 나타냈다.

3회에는 정혜실 작가가 관객들과 소통했다. 정 작가는 파키스탄 남편과 결혼 후 두 자녀를 둔 다문화 가정의 일원이며 이주민 인권 활동에 오랫동안 헌신해왔다. 2000년 안산외국인노동자센터에서 자원봉사로 시작해 결혼 이주민, 난민, 이주노동자, 다문화 가족을 위한 인권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 현재 (사)안산공동체미디어 단원 FM본부장,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대표이며 지속적인 다문화와 인권에 관한 연구와 활동으로 주목받고 있다. 관객들은 이주민 인권과 차별에 대한 문제를 유교문화와 연계해 다양한 시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4회에는 제주 올레길 설립자 서명숙 이사장이 연단에 섰다. 서 이사장은 23년에 걸친 기자생활을 뒤로하고 본인이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었던 것을 계기로, 제주 올레길을 만든 주인공이다. 그녀는 수많은 코스를 개척하고 만들기까지의 기쁨과 고난의 여정을 공유하고, 몸과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걷기의 효과에 대해 이야기하며 관객들의 열띤 호응을 얻었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새로운 도전을 모색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응원의 메시지를 건네 깊은 감동을 선사했다.

▲ 북콘서트 ‘지향’에서 정민 한양대 교수가 연암 박지원의 예술론과 인생론이 담긴 ‘비슷한 것은 가짜다’를 주제도서로 이야기하고 있다.     ©

 

▲ 북콘서트 ‘지향’에서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대표인 정혜실 작가가 ‘우리안의 인종주의’를 주제도서로 북토크를 하고 있다.     ©

 

▲ 북콘서트 ‘지향’에서 가야금 연주와 탭댄스를 결합한 퓨전 공연이 이루어지고 있다.     ©

  

우리는 흔히 시대를 구분할 때 톰슨의 시대 구분 모델을 떠올린다. 구석기, 신석기, 청동기, 철기 시대는 인간의 기술이 이루어낸 변형 물질을 토대로 성립된 것이다. 이러한 시대의 구분학은 그 시대를 살아 온 사람들의 정신문화와 생각, 그로 인한 마음의 온기와 숨결까지 오롯이 담을 수는 없을 것이다.

지금도 흘러가고 있는 각자의 시간들이 켜켜이 쌓여 시대를 만든다. 한유진 솔비움 공간에서의 시간도 그러한 과정을 거치고 있다. 미래 세대에 이르면 솔비움의 무수한 장면들도 각각 한 시대의 장막들로 구분되어 사람들 가슴 속에 기억될 것이다.

솔비움의 시대는 이제 막 여러 사람이 모여 문화를 함께 나누고 이야기하는 ‘공감’기와 서로가 삶의 지향점을 찾고 지혜의 향기를 따라 연대하는 ‘지향’기를 통과하고 있다. 올해 한유진 연구교육부에서 주관하는 북클럽 ‘공감(共感)’과 북콘서트 ‘지향(智香)’도 풍성한 문화 콘텐츠들로 곧 여러분을 만날 예정이다. 많은 기대와 성원을 해주시길 바래본다.

고요한 가운데 어느 먼 미래에 그려질 솔비움에서의 나날들을 떠올려본다. 알알의 시간들이 포개져 또 어떤 시대들이 이 공간에서 시작될지 함께 상상해주셨으면 좋겠다. 글을 마치며 ‘소나무의 푸르름을 닮아 비온 후 새싹을 틔우듯 새로운 것을 움트게 한다’는 한유진 ‘솔비움’의 의미를 조금 천천히 되뇌며, 마음 깊숙한 곳에 간직해본다.

 

- 남형권 한국유교문화진흥원 기획조정부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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