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5일 토요일 오후 2시, 계룡 예술의전당 옆길이 꽉 막혔다. 원인은 정확히 모르겠으나, 예술회관 객석은 거의 꽉 찼다. 400여 명의 청소년과 학부모가 운집했기 때문이다.
계룡 청소년 12팀이 무대에 올랐고, 2시간여에 걸친 경연이 벌어졌다. 초딩부터 고딩, 혼자에서 일이십명, 남녀 혼성, 클래식에서 재즈, 노래와 춤, 군무... 무대에 오른 주인공들의 독무대인 듯하면서도 청중과의 혼연일치였다. 사회자는 종종 관객들에게 이러저런 주문을 하였다. 객석춤꾼들은 무대로 뛰어나와 온갖 몸짓으로 각광을 받았다. 아이들이 주인공이어서인지, VIP 어른들은 무대와 무관해 보였다.
기자는 3년 전 계룡시학부모협의회 출범식 기사를 썼는데( https://nmn.ff.or.kr/16/?idx=10471860&bmode=view ) 그 동안의 활동 사항이 궁금했다. “주요 사업으로는 매년 10월 어울림 바자회를 진행해왔고, 작년에는 생명존중캠페인, 올해는 생명사랑예술제로 활동 반경을 넓혀간다”는 게 서세화 계룡학부모협회장의 답변이다. 얘기가 길어질 거 같아서, 바쁜 일정이 끝난 다음 날을 잡아서 차 한 잔 청하였다.
[서세화 계룡학부모협회장과 차한잔]
청소년 예술제를 발상한 계기부터 궁금합니다.
= 우리는 매년 청소년과 가족이 함께 즐기는 어울림마당을 진행해 왔어요. 새터산 잔디광장에서 바자회를 펼친 거죠. 그 행사에 각 학교 동아리 친구들을 초청하여 야외공연도 펼쳤답니다. 신나서 공연하는 친구들을 보며 ‘좀더 멋진 무대를 만들어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계룡시에는 모두가 어울려 공연하거나, 그들이 펼치는 다재다능한 끼와 활동을 볼 수 있는 여건이 부족하니까요.
이번 예술제에서는 무엇에 초점을 맞추었는지요?
= 작년에 이어 올해 생명존중캠페인을 시작하면서, 이 캠페인과 함께 짝이 될 프로그램이 있으면 금상첨화겠다 싶어서 고민을 했죠. 예술제로 판을 벌이면 사랑, 동등, 행복이라는 공동선을 공유하는 한마당이 되겠다 싶더군요. 청소년들의 기량을 한껏 발산시켜서 문화 예술 관심을 불러일으킨다면 청소년 문화가 지금보다 훨 더 건전해질 거고요, 결과적으로 생명의 소중함을 알고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의 일원으로 성숙해가리라는 기대에 합의가 되었달까요....
이런 대형 행사를 개최하려면 돈도 꽤 들텐데요, 주부들 입장에서 엄두가 나던가요?
=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하다면 어떻게든 해야죠!^ 회원 대부분이 아줌마들인지라 집안살림처럼 아끼며 알뜰히 진행하면 되겠다 싶었습니다. 후원사들이 아이들을 위하겠다는 부모 마음에 공감하고 십시일반 동참해 주셨답니다. 또바기봉사단을 위시하여 이곳저곳에서 보이지 않는 손들이 이 행사를 밀어준 주역들이죠.
대개 이런 행사는 관에서 큰 도움을 주는 거 같던데요?
= 각 교육청 산하에 학부모협의회가 존재하고, 15개 시군이 뭉친 충남연합회도 있습니다. 하지만 계룡시는 교육청이 따로 없기에 독자적인 협의회로는 계룡시학부모협의회가 최초이지만, 엄밀하게 얘기해서 우리 단체는 교육청 산하기관이 아닙니다. 발에 불 나도록 열심히 뛰어다닌 결과, 충청남도에서도 우리를 믿고 응원해주셨답니다. 고마울 뿐이지요.
예산지원도 고맙지만, 재능기부도 참 소중해 보여요.
= 이번 우리 행사에 게스트로 세 단체가 동참해 주었답니다. 이번 예술제 첫 울림인 다울림오케스트라부터 소개하면, 이 오케스트라는 논산계룡 청소년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교육청에서 운영하는데, 예술을 좀더 가까이 접하도록 함은 물론 진로융합 다양성도 모색해 나가는 거 같아요.
계룡시 청소년 태권도 시범단은 군문화축제 때 태권도 시범과도 막상막하로 보이네요. 그 호연지기가 계룡시의 이미지를 드높이는 거 같아요^
= 큰 행사 때마다 계룡시 태권도를 휘날리는 친구들이랍니다. 늘 지도하고 빛내주시는 효성태권도 관장님, 고맙습니다^ 최종 심사 전에 출연해준 <어니스트 뮤직>도 재능기부였답니다. 충남문화관광재단에 ‘찾아가는 공연’ 프로그램이 있는데, 사전에 그걸 알아서 신청한 결과랍니다.
출연학생들 모집에는 어려움이 없었나요?
= 우리들 홍보에 접하고 신청한 팀이 열둘였어요. 실력이 좋기에 예선 없이 모두 올렸고, 막상 올라와 공연 펼치는 것을 보니 다들 수준급였던 거 같아요^. 막내 여학생 댄스팀 <ON>의 깜찍 발랄한 춤에 최우수상이 돌아갔지만, 이 대회는 콘테스트라기보다 계룡시교육공동체 한마당 잔치였달까요. 무대에서 뛰노는 아이들을 보면서 저렇게 무대에 오르고 싶었는데, 얼마나 목말랐으려나.... 싶으니 울컥해지기도 하더군요.
예술제 관객이 대부분 교육가족들인데요, 그 중 한 엄마로서 바람직한 학부모상을 그려본다면?
= 어려운 질문이네요. 자식은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라고 하잖아요? 독립된 하나의 인격체이기에,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고 존중해주는 게 부모의 길 같아요. 무조건 믿어주고, 그 신뢰 속에서 기다려주고 응원해주는 엄마가 돼보려고는 하는데....
자녀교육, 자식들 이야기하자면 끝이 없을텐데, 현재 자녀는?
= 2남 1녀로 고2, 중3, 초6 줄줄이예요~~^ 저는 5월 30일 <창의 융합시대, 진로교육의 길을 묻다>라는 주제의 교육포럼에 토론자로 초청을 받았어요. 거기에서 나는 “얘들아!! 엄마 아빠도 처음이란다~”라는 제목으로 사례 위주로 발표하고요, 교육전문가들이나 교육정책입안자들이 우리 교육 현실을 파악하는 데 참고가 되면 좋겠습니다.
교육에는 정답이 없다고들 하는데요, 세 아이 키운 얘기 간단하게....
= 저는 계룡시학부모협의회장으로서 <꿈과 희망이 있는 명품교육도시>를 꿈꿔보는데, 이는 거창한 구두선이 아닙니다. 저는 첫째 아이를 낳고 서울에서 계룡으로 이사를 왔어요. 이사 와보니 그 흔한 키즈카페, 문화센터, 하다 못해 아이가 뛰어놀 공원조차 거의 없었거든요. 해서 바이올린, 대전 영어유치원, 해외 방학 특강... 해줄 수 있는 건 다해주려 했던 거 같아요.... 돌아보면 결국 엄마 만족였던 거 같아요. 아이를 기다려주지 못했던 거죠. 아이가 영특하기는 했지만, 충분히 고민하거나 표현하지 못하고 차분한 성격을 갖는 데 어려움이 따랐습니다. 다행히 밝고 명랑한 성격 덕에 공부 못잖게 친구와의 관계도 매우 소중히 여기는 거 같아서 다행이다 싶어요.
둘째, 셋째는 어땠나요?
= 제가 큰아이에게 신경쓰다 보니 둘째는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졌겠죠? 그래선지 차분하고 본인의 자아가 굉장히 강한 아이로 성장해주더군됴. 혼자 알아서 다 잘해나가요^ 참고로 우리 아이들은 학원에 보내지 않습니다. 스스로 터득하고 필요에 의해 찾아보고...둘째는 그렇게 해나가더라구요.
막내딸은 “나 딸 가진 여자야” 자랑하고 다녔는데 벌써 6학년이 되었답니다. 사랑을 듬뿍 받았기에 타인에게 사랑을 베풀 줄 아는 아이로 성장해주더군요. 이제는 사춘기 접드들어선지 버릇이 조금 없는 느낌? 전 엄마보다는 이모 역할을 더 했던 거 같아요ㅎ~
마지막으로....
= 세 아이 키우며, 한 뱃속에서 나와도 이렇듯 성향이 모두 다르다는 걸 느낍니다. 기대에 못 미친다고 언어라는 무기로 상처를 주기보다는, 조금의 반전으로 아이들 스스로 잘못함을 느끼게 하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이라 느낀 때가, 실은 얼마 되지 않았답니다.
우리 아이들도 처음 가는 길이지만 우리 부모들도 이 길은 처음 가는 것이기에 미숙함을 인정하고 그들과 대화해야 된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러한 안정됨의 기반 위에서 창의적 사고가 발현된다고 생각해요, 오늘 무대에서 한껏 날개짓한 저 아이들처럼요. 모두모두 고맙습니다.
최근 서세화 계룡학부모협회장의 행보는 분주하다. 5월 25일 예술제를 마친 다음 30일에는 논산문화원에서 열린 교육포럼(주제 : 창의 융합시대, 진로교육의 길을 묻다)에 토론자로 참여하였다. 6월 3일에는 논산계룡교육지원청 학부모회 사업 중 하나인 탄소중립활동으로 교육연수를 받았다.
한편, 논산시에서는 ‘제10회 논산시청소년진로박람회’와 ‘제19회 논산시청소년문화제’를 합뜨려서 9월 초 <청소년문화제 & 진로박람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논산시청소년행복재단이 주최하는 이 문화제에서 새롭게 펼쳐질 논산 청소년들의 공연 및 경연도 기다려진다.
[글·사진] 이진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