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소울푸드 자장면은 졸업식, 생일, 운동회 등 어린 시절 경사스런 날이면 어김없이 먹던 최고의 별식이다. 그런 자장면에 대한 추억 하나쯤은 한국사람이면 누구나 있을 정도로 우리에게 매우 친근한 음식이다.
불과 백여 년 전 중국인들에 의해 우리나라로 건너왔던 자장면, 이제는 한국인 8명 중 1명은 매일 자장면을 먹으며, 전국 2만4천여 개의 중국 음식점에서 하루 평균 600만 그릇의 자장면이 소비될 정도로 인기 있는 음식이다.
이번호 [맛집]에서는 특별한 레시피를 갖고 있는 중국 음식점을 소개하고자 한다. 바로 논산시 중앙로 398번길 8, 취암동 태능갈비 골목 위에 위치한 ‘불타는 해물짬뽕’ 이다.
<불타는 해물짬뽕>의 ‘사랑 레시피’
김영일. 김미자 부부가 운영하는 불타는 해물짬뽕집은 얼큰한 짬뽕 맛도 별미지만, 필자의 입맛에는 자장면 맛이 더욱 좋게 느껴진다. 무엇보다 느끼하지 않고 달지 않으며, 자장면에 위에 다소곳이 올려져 나오는 계란후라이가 예술이다. 기름에 튀긴 것 같은 계란후라이를 자장면과 함께 뒤섞으면, 과거 부산 자갈치 시장에서 먹던 간짜장 생각이 아련하게 떠오른다. 지금은 모르겠지만 과거 부산에서는 간짜장에는 꼭 계란후라이를 올려줬었다.
주방장이자 주인장인 김영일 세프는 얼뜻 보면 주방장보다 공수부대 선임하사 같은 분위기다. 몇 번 마주친 손님에게는 거수경례를 하며 ‘충성’ 구호까지 붙인다. 중국 음식점 주방장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이지만, 자장면과 짬뽕 그리고 요리 맛만큼은 일류 주방장 솜씨를 지니고 있는 듯하다.
반면, 홀에서 주문과 서빙을 전담하는 김미자 안주인은 60평이 넘는 넓은 홀 30여 개의 테이블을 깔끔하게 관리‧정돈한다. 그래서 이 집은 10여 명의 단체 손님 3~4팀이 와도 전혀 복작거리지 않고 쾌적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다.
또한 이 집은 공기밥 가격을 별도로 계산하지 않는다. 짬뽕의 국수와 건더기를 먹고 난 후, 또는 자장면을 먹고 난 후, 국물이나 짜장에 밥을 말거나 비벼서 먹는 ‘중식의 정식’을 가볍게 체험할 수 있고, 곱배기라고 가격을 더 받지도 않아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까지 고려해 주는 ‘착한 식당’이다. 매주 일요일이 휴무이며,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브레이크 타임이다. (문의‧예약 전화 : 041- 733- 2566)
김영일 세프는 김유인이라는 필명으로 시를 쓰는 시인이라고 그의 부인이 살짝 귀뜸해 준다. 그의 ‘사랑 레시피’라는 시가 가격표와 함께 부착되어 있다.
사랑 레시피
인생이라는 큰 솥에
사랑을 듬뿍 듬뿍 붓고
진실하게 농축된 발효액 일곱 국자
배려 한 국자
우정 한 국자
믿음 한 국자
미성공이라는 건더기를 넣어 주세요
역경이라는 아궁이에 희망이란 불쏘시개로 불을 붙이고
도전이라는 장액으로 열정적으로 끈기있게 끓여줍니다
끓어오르면 질투와 시기, 만용이라는 찌꺼기를 건져서 버리시구요
인내라는 양념 세 스푼
미소라는 양념 한 스푼
유머라는 양념 한 꼬집을 넣어 주시고
싱거우면 감사라는 조미료로 맛을 내세요
황혼의 식탁 위에 낭만이라는 식탁보를 깔고
세잎크로바 화병을 올려주고
충만의 샴페인을 따라 주세요
여유라는 쟁반에 사랑을 예쁘게 담으면 멋진 사랑 요리가 완성됩니다.
2023. 11. 29. 시인 김유인
- 이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