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8기 출범 100일을 맞이하며]
개국공신의 퍼레이드 여기까지면 충분하다
지난 7월 1일 시작된 백성현 논산시장의 민선8기가 지난 10월 8일(토)로 100일을 맞이했다. 백일잔치, 백일치성, 백일재 등에서 나타나듯 '100'이라는 숫자는 예로부터 완전함과 성숙함을 상징해 왔다. 특히 백일잔치는 유아의 사망률이 높았던 시절, 백일이라는 시간을 무탈하게 넘기고 바야흐로 한 인간으로 성장하는 시발점에 선 아기를 축하해 주는 관습적 의례로써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생물학적인 관점에서는 아기가 잉태되어 엄마의 뱃속에 있는 기간이 265일이다. 여기에 100일을 더하면 1년 365일이 되므로 실제로 아기가 태어날 수 있는 부부의 관계가 있었던 날을 의미하는 것이다. 우리 선조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입을 닫고 혀를 묶다
백성현 논산시장은 지난 10월 5일 '100일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백 시장은 "세계적인 국방도시 건설, 관광산업의 활성화, 인구 소멸에 적극적인 대응, 과학영농 기반으로 농업분야 선진화 및 육성, 행정 전반에 관한 업무혁신 및 적극적인 책임행정과 합리적이고 투명한 시정으로 '진정한 논산시민 행복시대'를 열겠다"고 밝혔다.
구구절절 흠잡을 데가 없는 옳은 이야기다. 그런데 왜 삐딱하게 들릴까? 그건 회견문의 내용 때문이 아니라, 주변의 호위무사와 완장 찬 공신들의 태도에서 나타나는 '비호감'때문일 것이다.
술을 만들어 파는 양조장이 있다. 술맛은 인근에서 제일 훌륭하다. 그런데 무슨 연유인지 술이 시어 꼬부라지도록 사 가는 사람이 없다. 주인이 이장을 찾아가 연유를 묻자, 이장이 말했다. "자네 집 술맛이야 훌륭하지, 하지만 자네 집 개가 너무 사나워서 말이지!" 주미구맹(酒美狗猛)이라는 고사성어 이야기이다.
기자회견문을 살펴보니, "시설공단 설립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지난 인수위 시절, 완장 찬 공신들이 엄연히 정년이 보장되는 공직자에게 시설공단 자리를 운운하며 명퇴를 요구했던 대목이 생각난다. 만약 그 공직자가 위세 등등했던 말만 믿고 명퇴했으면 어찌 되었을까?
또한, 방위사업청과 남부출장소 유치를 진행하면서 "왜 논산인지" 하는 담론을 제기하기보다 현수막 정치에 매몰되었다. 논산시 웬만한 곳엔 현수막이 넘쳐대며 시장의 심기를 경호하고 여론을 호도했다. 이는 주변 공신들의 '교언영색(巧言令色)'이며,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보여주기식 '견강부회(牽强附會)'로 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정치적으로는 유능하지만, 정책적으로는 무능한 충신들이 정권을 망치는 사례를 우리는 동서고금을 통해 수없이 목도해 왔다. 조선 최고의 업적과 태평성대를 이룬 세종대왕 뒤에는 태종의 기득권세력에 대한 숙청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런 연유로 세종은 권문세족과 외척의 저항을 물리치고 능력과 실적에 따라 인재를 발탁할 수 있었다.
"강산도 변한다"는 10여 년이란 세월의 백성현 시장의 '기다림'은 '인내'와 함께 "우공이산(愚公移山)의 큰 뜻"을 만들었다. 논산시민들은 그 뜻을 믿었다. 그리고 시민들의 집단지성이 동시대를 관통하는 시대정신이 되었다.
손가락으로 눈을 가리면 큰 태산도 안 보인다. 그건 태산은 멀리 있고 손가락은 가까이 있기 때문이다. 선거는 끝났다. 100일도, 허니문도 지났다. 호위무사와 완장 찬 공신들의 개국 퍼레이드는 여기까지면 충분하다. 그들에게 민선8기의 성공을 위해 "입을 닫고, 혀를 묶는 두구결설(杜口結舌)"의 지혜를 가르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