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여물 곤포사일리지 그림]
단돈 10만원으로 오가는 이들에게 축복과 힐링
광석면사무소에서 노성쪽으로 향하다 보면 바로 나오는 곳이 신당교차로다. 사계로와 장마루로가 만나는 교차로이다. 거기서 우회전하여 논산시내쪽으로 꺾자마자 시선을 잡아끄는 물건이 하나 있다. 설치미술의 일종인 곤포사일리지 페인팅이다. 대체 저걸 누가, 어떻게 해서 그린 거지? 그 궁금증은 광석빛돌도서관에서 풀어졌다. 광석주민자치회 담당 김효정 주사, 강여심 총무, 황설희 도서관 사서, 이렇게 셋이 한데 모여 답을 해주었다.
소여물인 짚풀 비닐에다가 그림을 그려넣자는 발상은 언제, 누가 한 것인지?
코로나19로 인하여 주민자치회의도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 속에서 작은도서관에 임원들이 모여 자주 회의를 진행해왔다. 1년 가까이 서로 마스크를 쓰며 모든 게 단절된 답답한 상황 속에서 조금이나마 주민들에게 위안과 힐링을 줄 수 있는 사업을 구상하게 되었다. 이번 페인팅 작업도 그 고민의 연장선에서 나온 아이디어다.
광석주민들에게 작은 위로가 되고 소소한 기쁨을 줄 수 있는 것을 만들자는 의견이었다. 가볍게 툭 던진 아이디어는 생각으로만 끝나지 않았다. 타 지역에서 이미 했던 사진들을 보며 참고를 하게 되었고, 그런 사례들은 아이디어에 보탬이 되어 지역주민을 위한 소소하고 따뜻한 위로가 되고 웃을 수 있는 희망을 주기위한 이미지를 찾는 데 도움이 되었다.
내용 결정 과정이 궁금하다
계획되었던 프로그램이 아니었기에 주민자치회 임원진을 중심으로 만나는 순간순간 고민하고 생각을 나누었다. 어디에 설치를 해야 적당할지부터 어떤 그림과 메시지를 담을지? 또 재료는 무엇을 쓸지 등등 생각을 거듭했다. 곤포사일리지라는 재료가 너무나 신선했지만 그곳에 그려본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어떤 재료가 적당할지 어느 정도의 기간 동안 그림이 유지가 될지 아는 사람이 없었다. 페인트 전문 업체에 문의를 하여 적당한 페인트를 추천받아 그리게 되었다. 곤포사일리지는 나중에 소의 여물로 쓰이기 때문에 설치를 오랫동안 할 수 없다는 점이 단점이 있지만, 재료 자체만으로 흥미로워 보였다.
공유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상징, 의도라면?
좋은 일이 있어도 함께 축하해 줄 수 없는 한해였다. 더욱 마음을 아프게 했던 것은 슬픈 일조차 함께 만나 나누지 못했다. 한해를 마무리하기 전에 광석주민들에게 작은 위로와 기쁨 그리고.... 연말연시의 계절 느낌을 주고 싶었다. 광석면 주민자치회의 방향이기도 했고, 우리 모두가 그 뜻에 공감하고 있었다.
그림선정은 모두가 친근감있게 다가갈 수 있는 모두가 알 만한 캐릭터를 생각했다. 연말분위기도 느껴지면서 행복하고 소소한 기쁨도 느껴지는 즐거운 이미지를 찾던 중 카카오친구들의 이미지가 적합하게 느껴져서 선택하게 되었다. 메시지는 글귀 그대로 2021년에는 광석을 통해 지나가는 모든 사람들 일이 “술~술~ 잘 풀리길기를” 기원하는 마음이었다. 복주머니 그림 역시 모두가 복이 넘쳐흐르길 바라는 소망의 표현이다.
그림 작업을 주도한 주역과, 알게 모르게 동참한 사람들은?
회의 결과 역할 분담이 이루어졌고, 추운 날씨에도 각자 맡은 역할을 묵묵히 해주었다. 김구 회장은 사일리지 재료를 위한 농가 섭외와 작업하는 데 있어 어려움이 없도록 전반적인 부분을 담당하였다. 내용을 설명하니 지역 농가에서 선뜻 곤포사일지를 제공해 주었고, 운반을 돕겠다 나선 주민도 있었다. 전체적인 스케치와 작업은 작은도서관 사서로 근무하는 황설희 님이 나서서 주도해 주었다. 평소 미술에 대한 재능이 있었고, 임원회의가 늘 작은도서관에서 이루어지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같은 주민자치 임원이 되었을 정도로 열성적이 되었다.
면에서도 장병상 면장을 비롯해 주민자치 담당 김효정 주사, 국문호주무관이 나와 격려와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따뜻한 음료와 간식을 챙겨주시는 주민자치위원들뿐 아니라 김정현 주민자치위원 부인인 정희옥 님은 매일같이 나와 이일 저일 도움을 주었다. 직접 작업에 함께 못해서 미안해하시며 응원을 해주시는 주민분들이 계셨기에 더 재미있게 일을 할 수 있었다.
전시기간, 그리고 일반 벽화와의 차이점이 있다면?
작업기간은 약 2주 정도, 전시기간은 페인트가 보통 3~4개월 유지된다고 하니 색의 선명도가 남아 있는 기간 동안은 전시할 예정이다.
벽화는 정해진 한정된 공간에서 감상 할 수 있는 작품이라면, 곤포사일리지에 그린 그림은 설치미술의 느낌으로 원하는 공간에 다양한 방식으로 배치할 수 있는 차이가 있다. 재료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듯한 ‘소여물’ 재료가 사람들로 하여금 호기심과 재미를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달력 첫페이지에 넣자는 발상, 주민들 반응이 궁금하다
작업 도중 지나가는 분들의 호응도가 높았다. 직접 사진을 찍어 페이스북에 게시해 주신 분도 있고 “우리 비닐하우스나 벽 담장에도 그려줄 수 있겠는지?”는 요청도 종종 받았다. 한쪽 길에 차 세우고 구경하거나 사진 찍고 가시는 분 등등 볼거리가 생겨서 좋아라 하셨다. 보는 사람들이 즐거움과 동시에 위로가 되길 바랬다. 다가올 새해에는 모두가 평탄하고 행복해지길 바랬는데 그런 반응들을 보여주셔서 기분이 좋아졌다.
페인팅에 ‘광석이 새해에도 행복하길 바라는 메시지’를 담았다. 그런 만큼 첫 해의 시작인 1월에 넣고 싶었는데, 이 부분도 이구동성 같은 의견을 내주셔서, 만장일치로 결정되었다.
예산과 아쉬움, 향후 계획은?
예산은 생각보다 많이 들지 않았다. 주변 축산 농가의 도움을 받아 사일리지를 마련했고, 봉사와 재능기부로 페인트 구입비용 단 십만 원이 들었다.
아이들의 참여가 취소된 점, “더 많은 그림을 곳곳에 그려 설치했으면 좋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올해에 또다시 같은 프로그램이 진행이 된다면 아이들의 참여를 늘려 아이들의 아이디어와 다양한 느낌과 생각에 맞추어 논마다 쌓아 놓은 사일리지에 다양한 그림을 그려보는 것도 즐거운 시간이 될 것 같다. 광석을 지나가는 내내 논 곳곳에 알록달록 그림들이 있다면 멋있고 재미있지 않을까? 모두가 함께 프로그램에 참여할 날이 또 오기를 기대해 본다.
[대담] 이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