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회 탐방] 김용진 대한노인회 논산지회 양촌분회장
분회장 재량권 확충으로 지역사회에 봉사하는 노인회로 발돋움
양촌면은 42개리다. 경로당이 43개소인 양촌면 분회는 대한노인회 논산지회에서 65개소의 연무읍 다음으로 두 번째로 큰 규모이다. 양촌면 노인회원수는 1740명(남871+여848)으로 연무, 연산 다음이다.
42개 경로당을 총괄하는 양촌면 분회는 ‘인천교’다리 부근 뚝방길쪽에 위치해 있다. 4리까지 있는 인천은 인천광역시와 이름이 헷갈리는데, 한자도 같다. 마을에 흐르는 내의 이름이 ‘인내’여서 인내 또는 인천(仁川)이라 부른다.
분회장의 포복구지(匍匐救之)와 보상
인천교 다리에서 뚝방길로 좀더 들어가면 도평리 519-112 양촌면분회에 도착하는데, 진입로와 마당 주차장이 포장된 것은 근래이다. 30평 규모의 2층 건물이며 장동순 면장 시절, 2008년도에 건립되었다. 1층은 식당인데, 그 동안 비좁아서 확장 공사를 해놓은 상황이다. 3년 전 취임한 김용진(金容珍) 분회장 이후 변화된 외관 상황들이다.
보다 중요한 것은 내적인 변화이다. 식당만 늘인다고 능사가 아니다. 코로나 이전, 40명분의 예산으로 70~80명이 함께 식사하자면 돈이 부족했다. 행복경로당은 주1회이지만 독거노인들을 위한 하루 한끼 식사 1인급식은 현재 중단 상태이다. 양촌에 있는 5개소 요양원 위로방문은 노노(老老) 케어 차원에서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이 역시 방학중이다. 도중 하차 같아 보이지만, 여건이 되는 대로 재시도하겠다는 것이 김분회장의 의지이다.
이러저런 노력이 인정을 받아 지난 노인의날 행사에서 김용진 분회장은 충남도지사상을 수상하였다. 제24회 노인의 날 유공 도지사 표창 김용진 공적조서 핵심은“모범노인”이다. <2017년 양촌지역발전협의회 회장, 2018년 노인회 분회장 임명 후 양촌면 분회장으로 양촌면 노인회의 중추적 역할을 해왔으며, 희생과 봉사정신으로 사회와 이웃에 헌신하고, 양촌면 노인복지사업을 앞장서 수행해 노인복지증진에 공로가 크므로 타의 귀감이 됨>
▲ 배움과 나눔, 봉사의 선봉장 김용진분회장(우)과 고명옥사무장(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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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분회장들의 광폭행보
이날 동시에 수상한 논산시장상과 지회장상은, 둘다 ‘작은분회경로당’ 회장에게 돌아갔다. 양촌면에는 면 전체를 통괄하는 분회가 있는데, 지역 특성상 3개의 작은 분회가 있다. 국사봉, 장성, 양임 경로당이 그것이다. 이 중에서 별도의 회관이 있는 국사봉경로당은 반곡1~2리, 거사1~3리, 명암1~2리, 신흥1~2가 모여 있다. 동네경로당은 주로 여성회원들이 이용하는 관계로 남성회원들이 국사봉경로당으로 모이게 되었다.
이번 시장상은 양촌에서 유근노 경로당 회장이 받았다. 양촌농협이사, 부여인삼농협감사 등을 역임하였고 국사봉산악회 표창도 받은 바 있는 사회 경험을 바탕으로 유회장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국사봉에는 5개의 탁구대도 비치되어 있어 건강을 챙기고 있다.
나머지 두 개의 작은 분회는 양촌2리에 있는 양임경로당(임화2리, 양촌1~2)과 중산3리에 있는 장성경로당(중산1~3리, 석서1리)이다. 이 중 지회장상은 장성경로당 이규용 회장이 받았다. 2년간 건강프로그램 운영과 급식 등으로 노후생활을 즐겁게 영위할 수 있도록 적극 활동해온 결과이다. 중산리 장성경로당은 쌍계사 일대인데, 쌍계사 옆에 공설 납골당 봉안당(영명각)이 있다. 코로나로 인하여 분회 행복경로당 식사 일을 할 수 없게 된 식사도우미 5명은 일터를 봉안당으로 바꾸어서 주변 환경정리와 꽃나무가꾸기 등을 실시하였다.
지역봉사의 꽃 ‘함께 밥먹기’
이런 일을 비롯하여 양촌노인회의 지역사회 봉사는 이어진다. 구랍 홍성에서 열린 노인회연합회 총회 자리에서 자원봉사 사례 발표 경로당 중 한 곳이 양촌면분회였다. 이 자리에서 고명옥 사무장은 코로나로 인해 일손이 딸리던 딸기밭 일손돕기, 공공장소꽃밭 풀뽑기 등 지역봉사활동 사례를 발표하였다.
경로당에는 CCTV도 설치하였는데, 도난방지용보다는 마당이나 주변에서 혹시 쓰러지는 경우를 살피고자 하는 지도부의 배려심이 더 크게 작용하여 장만한 것이다. 양촌면 노인회 지도부는 회장 김용진, 부회장 김용성과 오성근, 감사 이병희와 김연목이고 별도 임원은 이호남, 류근로, 김성환, 김찬수, 김용원, 박의기 씨이다.
매주 목요일 열리는 행복경로당에서는 노래교실, 발맛사지, 꽃할배요리교실, 무료급식 등이 진행되었다. 식대 예산은 40명분으로 배정되어 있지만 실제는 70~80명이 찾아온다. 식사시간에는 식탁이 모자라 바닥에 철푸대기 주저앉아서 먹어야 했다. 안되겠다 싶어서 옆방을 뜯어내 식당으로 확장했다.
찬조금으로 받은 10,710,000원 공사비 말고도 돈이 더 들어갔다. 식탁의자 세트를 장만해야 했는데, 마침 현동배 독지가가 나서서 640만원 쾌척, 유종의 미를 거두었다.
이리하여 주변 인프라는 구축되었지만 급식비가 상당액 모자랐다. 시청에 찾아가 시장을 대여섯 번 면담하는 과정에서 실무 국과장이 들어와 해결책을 강구해봤지만 시도 예산은 한도 초과라 해서 기업체성금 등 현실성 떨어지는 대안만 들어야 했다. 국방대도 찾아가 지원단장을 만났지만 별무신통ㅠ 다시 돌아와 김용남 면장과 김금수 농협조합장 등과 협의 과정을 거쳤고, 그때그때 상당 부분 해결해 왔던 상황이다.
▲ 방범용보다 노인들 보행 걱정해서 설치한 CCTV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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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로 인해 부족해진 마을일손 메우는 양촌면노인회의 지역사회 참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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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원 찾아다니며 노노(老老) 케어
김분회장은 2017년부터 양촌지역발전협의회장도 겸직하고 있다. 지역사회와 협의가 잘 되어서 진입로 포장 등은 원활하게 해결해 왔지만 지속적인 운영비는 분회장으로서 최대의 난제가 아닐 수 없다. 작년에는 코로나로 인하여 매주 숙제였던 목요급식은 한시름 놓고 있는 상황이다. 와중에 두 건의 숙제가 주요 현안이다. 요양원 방문, 그리고 독거노인 1인급식건!
지역사회 요양원 찾아다니는 일은, 획기적인 출발이었다. 양촌에는 신기리, 남산리 등지의 5곳과 교회자체로 운영하는 요양원 등 노인시설이 좀 된다. 행복경로당으로 모이는 목요일에 노래교실이 끝나고 나면 2시! 마침 그때 10여 명이 모일 수 있다. 차 2대로 하여서 가까운 시설들을 찾아다녔다. 거기 노인들 모이게 해서 노래도 들려주고 준비해간 음료수 등을 나누며 말벗을 하였다.
그런데 이런 선의(善意)가 요양원측의 요구와 딱 맞아떨어지는 것만은 아니었다. 방문시간대가 잠재우는 시간이고, 아무래도 외부 손님 맞으려다 보니 상태가 심한 입원자의 특별관리, 주변 청소 등 신경 쓰는 게 많아지면서 불편해하는 기색도 감지되었다. 그래서 현재는 개선책을 찾으며 보류중이다.
1인급식 부활 위해 백방 노력
또하나는 그 동안 매일 실시해오던 독거노인 1인급식! 15명 안팎을 대상으로 하는 이 사업이 지속돼온 것은 서울에 살던 민병성 씨의 후원 덕이었다. 매년 6~7백만씩 후원해왔는데, 그의 사후 중단되고 말았다. 이 예산 문제를 풀기 위해 기회가 닿는 대로 면장은 물론 이장단과도 협의 중이다.
연산의 인구는 6342명이다. 이 중 65세 노인은 2189명(남 971, 여 1218)이며 독거노인은 718명이다. 정의필 반암2리 경로당 회장도 남자독거노인 241명 중의 하나이다(여성 477명). 이번 노인의날 행사에서 분회장상은 주지 않았다. 다만 실속있게 상장없이 상금 30만원만 전달하는데, 그 대상이 정의필 회장이다. 올해 88세인 정회장은 차를 타지 않는다. 양촌면 시인인 그는 자작시와 명언, 동네소식을 적어서 A4용지에 복사한 다음 곳곳을 찾아다니며 나눠준다(본지 2018-06-01자 “산 오르며 시 쓰고 글 나누는 88세 노(老)시인”참조). 분회까지 1시간이 넘는 길을 그는 매번 걸어서 온다. 심지어 논산까지도 그냥 걸어서 다닐 정도라니, 가히 한국판‘좀머씨 이야기’다.
독거노인 중에는 이렇게 강인하게 살아가는 분도 있지만 15인 정도는 끼니도 위협받는다. 김분회장은 어떻게든 1인급식제도를 부활시키려 노심초사, 활로를 찾아보려 동분서주중이다. 양촌에는 기업체가 없는 편이지만, 재경향우회가 있다. 양우회에서는 면민체육대회나 곶감축제때 버스를 대절하여 고향 양촌을 찾는다. 출향인들과의 관계 역시 분회장의 역량이자 의무로 주어진 상황이다.
전국회장 지냈던 경험, 고향 양촌에 올인
1인 급식은 주1회가 아니라 매일급식이므로 주방인건비부터 난제이지만, 희망의 부가 있다고 보는 낙관론은 김분회장 특유의 저력에서 기인하는 듯싶다. 김분회장은 고향 양촌에 대한 자긍심이 대단하다. 대학총장을 4명이나 냈고, 자신 또한 의료보험 통합 당시 전국회장까지 지낸 장본인이라는 자부심이다. 1998년에는 복지부장관으로부터 국민의료보험관리공단 통합추진기획단원으로 위촉되면서 회장으로 당선되었고, 통합후 10월에는 국민의료보험 관리공단 대전지사장으로 임명되었다. 서울대의대교수로서 현재 건강관리공단 이사장인 김용익 씨는 김희수 총장의 조카로 양촌출신이다. 같은 광산 김씨로서 그를 만난 곳은 종친회에서가 아니라, 의료보험 통합 작업 당시 실무 작업자로서였다.
김분회장은 1987년 7월 1일 논산군 의료보험조합 설립요원을 시작으로 해서 총무부장, 제3~4대 대표이사를 거친다. 의보통합이 논의되던 1997년 의료보험연합회 비상임 이사로 활동을 하면서 전국 활동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설죽(雪竹)이란 호도 전국지역의료보험조합 협의회장 당시 부회장였던 김영철 씨가 지어주었다고 한다.
“전국회장까지 지낸 사람이 무슨 면단위 노인회장을 하느냐?”설왕설래했지만, 3년 전 그는 자의반 타의반으로 분회장직을 수락하였다. 기왕지사 맡게 된 이상, 노인회가 마지막 봉사라 생각하고 난관에 부닥칠 때마다 투혼(鬪魂)도 불사르고 있다.
분회장의 재량권 확충, 지역봉사의 시금석
양촌면 분회의 현안과제 중 하나가 1인급식 부활이기도 하지만, 그 대상은 제한적이다. 전체적으로 보아 김분회장이 쟁취하고 싶은 것은 분회장의 재량권 확충이다. 현재 분회장을 비롯한 경로당 회장들은 무보수 봉사직이다. 마을마다 노인회 회장이나 총무직을 맡으려 하지 않는 경향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봉사와 희생이 전제돼서다.
특히 총무는 회계가 골치 아프므로 “나 총무 안해” 손사래 쳐대는 곳이 한두 곳이 아니다. 이런 실정을 감안하여 경로당회계도우미가 순방하지만 크게 도움이 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고명옥 사무장도 도우미로 활동하고 있지만 “마을 총무들에게 공식만 알려주는 정도이고 일일이 다 챙겨주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토로한다. 김분회장은 “현행과 같이 예산항목을 세분하기보다는 총예산을 분회에 그대로 내려줄 것”을 제안한다. 지역마다 실정이 다른데, 기계적으로 배분하고 무조건 거기에 맞추어 쓰라는 것은 탁상행정 편의주의라는 지적이다.
“지역 상황을 잘 아는 분회장이 전체를 보고서 판단하여 실행예산을 짜는 재량권이 주어져야 합니다. 그래야 당선된 분회장이 경영철학과 방향성을 갖고 운영해 갈 수 있는 거죠. 운영과정 중 문제라도 생기면 책임지게 하고, 그래야 견제와 균형이 이루어지는데, 현재의 분회장은 아무런 권한도 없는 자리입니다.” 김분회장의 차분한 논리는 노인정책에 대한 불만의 토로가 아니다. 의욕적으로 일해 나가려는 사자후(師子吼)면서, 동시에 땅을 직시하며 한걸음씩 나아가는 우보(牛步)의 충직 그것이다.
- 이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