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운면한바퀴]
꽃으로 코로나를 넘어가는 채운면사람들
채운면은 꽃동네이다. 동네이름마다 꽃 화(花)자가 들어 있다. 해바라기 축제가 열리는 야화1리도 한자로는 野花里, 우리말로는 ‘들꽃미’이다. 들꽃선녀가 살다 간 곳이다. 야화리는 코로나 정국을 슬기롭게 대처해가고 있다. 올해 5회째를 맞이하게 되는 ‘해바라기 축제’ 일정을 탄력적으로 잡아놓았다. 1차 예정일은 7월말이다. 여의치 않으면 9월초로 늦출 생각이다.
이런 선택지가 어떻게 가능한지, 정기석 이장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우리 야화리 해바라기는 70일이면 만개 가능한 종자입니다. 일반종은 180일 걸리는데, 개화시기를 앞당긴 종자를 선택하게 된 거죠. 우리는 해바라기 씨를 직파합니다. 이식하느라 고생하지도 않을뿐더러, 직파가 더 튼튼하거든요.”
해바라기 5년의 관록이 말해주는 노하우이다. 코로나에 맞서는 민 주도의 노력은 주민자치회와 부녀회의 공동노력으로도 꽃 피어난다. 채운면 주민자치회장을 겸하는 정기석 회장은 회원들과 함께 버스정류장마다 찾아다니며 소독을 해왔다. 20여 곳을 매달 1회씩 해왔다. 부녀회(회장 천점례)에서도 질세라 경로당마다 찾아다니며 소독제 나누어주는 일을 해왔다. 코로나에 겁 먹어서 마냥 위축되고만 있는 게 아니라, 지역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찾아서 해나가는 중이다.
채운면 3대 이색 사업
그러나 전반적으로 보면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마을활동은 소강 상태를 유지하는 편이다. 면사무소에서도 작년에 공동체 철학을 갖고 임했던 활동들을 최근 다시 점검 중이다. 채운면을 대표하는 프로그램은 『쓰담쓰담, 토닥토닥』사업이다. 이름처럼 정겹고 따뜻한 사랑을 전하는 사업이다. 지역사회 민·관 인적 자원을 모두 활용하여 마을회관이나 경로당을 직접 찾아가 제공하는 복지 서비스다.
이침을 배워온 채운자원봉사센터 천점례 상담가의 제안으로 작년 4월 10일 시작된 이 사업은 ‘귀 컨디션지도사의 재능기부를 통한 이침 및 손마사지’ 서비스가 압권이다. 사회복지공무원도 함께 방문하여 복지제도 및 각종 할인제도를 안내해 드리며,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있다. 채운사랑봉사회 및 채운적십자봉사회와 연계하여 대상자별 맞춤형 서비스를 지원해왔다. 작년도에는 화산1리 경로당을 시작으로 10회 운영하였으며 총 160여명이 참여하였다. 올해는 15개 마을로 확대 실시할 계획이다.
채운면의 또다른 특색사업은 마을리더들의 행복소통을 위한 『채운아카데미』이다. 분야별 전문강사를 초청하여 교육함으로써 지역리더들의 역량을 강화하는 프로그램이다. 작년에는 행복소통과 스트레스 관리법, 보험상식, 안전한 운전방법 등 강의를 3회 개최하였다.
아카데미 교육을 통하여 부수적인 효과도 잇달았다. 마을간 소통의 장이 마련되었다. 지역리더로서의 역량 및 리더십이 강화되면서 주민참여도 활성화되었다. 결국 주민과 리더, 리더와 리더 간 네트워크가 형성되었고 화합(和合)도 자연스레 이루어지게 된 것이다.
채운면 특색 사업으로 『찾아가는 채운시네마』도 빼먹을 수 없다. 이동식 빔프로젝터와 스크린을 설치하여 ‘국제시장’, ‘이장과 군수’를 상영하였다. 100여 명이 관람하였는데, 주민자치회에서 팝콘과 음료를 제공하여 영화관 분위기가 나도록 하였다.
이 밖에도 채운면의 ‘동고동락 마을자치회 사업’과 ‘주민참여예산 사업’도 지역맞춤형을 지향하고 있다. 찾아가는 채운서각 아카데미(서각교실), 할매야 놀자 동아리 교육, 논산역사문화 탐방, 우리집 명패 및 우체통 만들기, 마을꽃길조성 등등이 그것이다. 격년제로 실시되는 『노인화합축제』도 코로나가 하루 속히 걷혀지길 기다리고 있다.
- 이진영 기자
채운의 오화지지(五花之地) 이야기
백제 때 채운향이던 채운면 이곳은 의자왕의 놀이터로 유명하다. 지금의 화산리, 야화리, 용화리, 화정리와 연무읍의 신화리에 각종 꽃이 만발하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지역을 오화지지(五花之地)라 하였다. 더 넓혀서 연무읍의 두화리, 산화리 그리고 채운면의 야화리까지를 합쳐 만인이 편안하게 살 수 있는 아늑한 고장이라 하여 만인가활지지(萬人可活之地)라 불렀다. 1981년에 논산문화원에서 출간한 『놀뫼의 전설』에서 「오화지지」五花之地 전설을, 해바라기 축제가 열리는 야화리 위주로 추출해 본다.
옛날에 강경읍에 있는 채운산으로 다섯 선녀가 내려왔다. 그들은 옥황상제로부터 “너희들은 땅으로 내려가 사람의 씨앗을 퍼뜨리고 하늘나라로 올라오도록 하여라”는 명령을 받았다. 채운산에 내려온 다섯 선녀는 지금의 채운 지방에 이르러 서로 헤어졌다.
용꽃선녀는 지금의 용화리 쪽으로 갔고, 배꽃선녀는 만성리 쪽으로 갔다. 매꽃선녀는 화산리로, 들꽃 선녀는 야화리로 걸음을 옮겼다. 산꽃선녀는 화정리 쪽으로 떠났다. 용꽃선녀는 노래를 부르며 하루하루를 보냈고, 춤을 좋아하는 들꽃선녀는 춤을 추면서 하루를 즐겼다.
이렇게 선녀들이 땅 위에 내려온 지 몇 년이 흘렀다. 어느 날 하루는 용꽃선녀가 배꽃선녀를 찾아와서 “산꽃선녀는 남자를 만나서 같이 살고 있대.”라고 말하였다. 다시 세월이 흘렀다. 어느 날 두 남자가 들판의 곡식을 보고 먹을 것을 구하러 왔다. 그들은 거기에서 열심히 일하는 배꽃선녀와 매꽃선녀를 발견하고 한눈에 반해 버렸다.
그렇지만 용꽃선녀와 들꽃선녀에게는 사내가 나타나지 않았다. 어느 날 옥황상제가 꿈에 나타나 “사내를 만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부지런히 일을 해야 하느니라”고 일러주었다. 두 선녀는 그동안 일하지 않고 놀기만 한 것을 후회하였다. 그때부터라도 열심히 일하였다. 그리고 오랜 세월이 흐른 뒤 옥황상제의 명에 따라 하늘로 올라갔다.
선녀가 떠난 뒤 채운산 아래에는 많은 사람들이 대대로 살게 되었다. 선녀들이 뿌린 자손이 번창하였던 것이다. 사람들은 다섯 선녀가 내려온 곳이라 하여 이곳을 ‘오화지지’라 불렀고, 이러한 연유로 이 일대 사람들을 ‘선녀의 자손’이라 부르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