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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봉칼럼] 아름다운 인생의 노을이고 싶다
기사입력  2019/11/21 [16:28]   놀뫼신문

▲ 문희봉 시인, 전 대전문인협회장     ©놀뫼신문

 

 

언제인가 내 인생길에도 어김없이 노을이 찾아 들겠다. 그때 마지막 노을을 정말로 사랑하면서 아름다웠던 순간들을 기억할 수 있으면 좋겠다. 내 인생 마지막 해 저문 노을을 미소로 품을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타들어가는 석양의 마지막 꼬리를 잡고 마지막 인생을 넉넉하게 회상하면서, 행복했던 순간들만 마음속에 기억하면서 여유로운 이별의 노래를 부르고 싶다.

아름다운 인생의 노을을 만들고 싶다. 마지막 걸어가는 석양길마저도 진정으로 향기롭게 맞이 할 수 있는 사람, 기억 속의 사랑했었던 사람들을 그리며 미소로 눈을 감을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마지막 순간까지 회한의 눈물이 아닌, 나를 아는 모든 사람과 그리고 이 세상 만물에 대한 안녕을 빌면서 눈시울을 붉힐 수 있는 그런 사람으로 기억되길 진정 갈망한다.

세상에 태어나 온갖 돌뿌리에 채이고 옷깃을 적시는 슬프고 힘든 여정일지라도 저문 노을 속에서 아름다웠던 내 사랑 기억하며 마지막 가는 순간을 기쁨으로 맞았으면 좋겠다.

대문과 마음을 닫으면 이웃들의 삶을 보지 못하고, 나도 불행해질 수밖에 없다. 형편이 좋을 때 남을 돕는 것보다 힘든 가운데서 베푸는 작은 나눔이 더 큰 행복을 가져다준다. 내가 좀 여유 있을 때 다른 사람에게 감사하는 삶을 사는 계기를 마련해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소나무가 뿜어내는 공기만 마셔도 만병통치고, 솔바람 소리만 들어도 답답한 심사가 뻥 뚫리는 공기 좋고 물 맑은 보문산 기슭을 일주일에 한두 번씩 오를 수 있다는 건 신이 나에게 내려준 축복이다.

가끔씩은 손바닥만한 베란다 평상에 누워 올려다보는 하늘에서 아기자기한 별들을 찾아낼 수 있다는 것도 축복 중의 축복이다. 그러다가 별이라도 쏟아지면 두어 개쯤 주머니에 넣고 만지작거려보는 것도 대단한 영광이 아니던가. 고향 집 마당에서 봤던 별처럼 꽁치가 석쇠 위에서 익어가며 내던 아름다운 소리도 이 시점에서 들을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

별것 아니지만 요양원에 돈 몇 푼 보내어 그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줄 수 있는 인생이야말로 진정한 청춘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깨끗한 달빛이 화전민이 버린 빈집 돌담과 돌자갈 뒹구는 화전밭에 쏟아지고 있듯이 나도 누구에겐가 아주 작은 도움이라도 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어린 영혼은 작은 빗방울에도 파르르 떠는 풀잎 같다. 내 영혼도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작은 희망이 되길 갈망한다. 내 노년의 거실이 파스라는 주치의가 점령하지 못하도록 단도리를 철저히 해야겠다. 그리고 박하사탕 같은 웃음을 많이 준비해 두어야겠다.

언제나 몸치장을 단정히 하고 체력단련과 목욕을 일과로 한다. 그래야 체취도 없애고 건강생활을 구가할 수 있다. 옷이 날개라고 깨끗하고 때 맞춰 갈아입는다. 나이 들면 추접하고 구질구질해지기 쉽다. 그런 노인이 되어서는 안 된다.

배우는 데 나이가 없다 하지 않는가. 언제나 공부하는 깨어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새 지식 새 정보를 제때에 습득하지 못하면 낙오가 된다. 안경 낀 흰머리에 책 들고 조는 모습은 노년의 아름다움의 극치다.

입는 닫을수록 좋고, 지갑은 열수록 좋고, 고개는 숙일수록 환영받는다 했던가. 어디서나 꼭 할 말만 하고, 논평보다는 덕담 위주로 입을 열겠다. 장광설은 금물이다. 짧으면서도 곰삭은 지혜로운 말이나 유머 한 마디는 남을 즐겁게 하는 조미료라 하지 않는가.

길거리에서 맹인이 길을 잘못 찾아 헤매고 있을 때에 따뜻한 손길을 내밀 줄 아는 사람, 도심에서 벗어난 한적한 들길을 걸으며 작은 꽃송이 하나에도 사랑을 줄 줄 아는 마음의 여유가 있을 때 노년의 멋스러움은 젊은이들의 기대 이상으로 귀중한 사회의 받침돌이 되지 않겠는가?

늙음 속에 낡음이 있지 않고, 오히려 새로움이 있다. 곱게 늙어가면 몸은 늙지만 낡지는 않는다. 늘어가는 나이테는 인생의 묵직함을 보여준다. 그만큼 원숙해졌다는 것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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