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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이야기: 화가와 친구들] 5. 한국화의 탄생에 작용한 힘_민족주의와 한국화
기사입력  2019/10/16 [18:17]   놀뫼신문

▲ 가노 산세스作_노매도_174.6 × 485.5cm_네 짝 미닫이문, 지본 금지 채색_1647년경_이미지출처 메트로폴리탄미술관     © 놀뫼신문

 

 

한국화는 일본으로부터 해방 이후 한국인 혹은 한민족이라는 민족주의의 발현과 시대적 요구에 의해 탄생된 말이다. 민족(民族)이라는 개념은 근대 이전에는 없던 말이다. 한국화라는 말이 탄생한 과정은, 일본화라는 말이 탄생한 과정과 유사한 지점이 많다. 엄밀하게 일본화는 공예를 지향했고 한국화는 예술을 지향했다. 그럼에도 한국화는 공예인 일본화를 의식하며 태어났다. 

일본화가 일본제국 혹은 일본민족의 우월함을 대변하고 서양의 의식과 형식에 필적하는 무언가가 되려 했던 정치적 작용이었다면, 한국화는 근대적 독립국가 설립과 민족주의라는 근대적 현상으로의 발현이었다. 하여 일본화는 탑다운 기획인 국가적 차원의 지원과 이미지 만들기가 시도되었다면, 한국화는 해방 이후의 화가들이 일본화와 그리고 서양화와 다른 지점을 고민하며 정부 차원의 지원을 요청하는 방식인 다운 업 기획으로 전개되어왔다. 하지만 거시적으로 보았을 때 일본화와 한국화는 모두 ‘민족’이라는 특수성으로 자신들의 한계와 시장을 국한해 버렸고 기획된 민족주의로 인한 기형적 양태를 보이게 된다. 미술이 구성되는 방식이 아닌, 갈라파고스 현상으로서의 리그가 되어버렸다. 

예로 만국박람회의 효과를 누려본 경험이 있는 일본의 공예와 그것을 계승하는 일본화의 경우 1990년대까지 일본의 버블경제로 인한 경제호황을 바탕으로, 자국 내 민족주의자들에 의한 수요시장이 확보되었으나 2000년대 들어서면서 그러한 현상은 사라지게 된다. 국가정책과 민족주의에 의해 포장되고 유지되어오던 일본화는 시장에서의 가치를 상실하고 몰락했다. 한국화의 경우를 보아도 일본화와 다른 기법과 서양화 재료와의 차이에 무게를 두어 교육하고 이로써 주체성을 확보하려 했다. 재료와 기법의 차이로 한국화 집단의 정체성을 규정하려 했던 시도이며 그 중심에는 수묵기법이 자리하고 있다. 이 시기 한국화 작가들의 고민은, 정체성의 확보가 가장 큰 과제였다. 그러나 과연, 사적 입장이 아닌 민족이라는 집단을 대변하는 기획된 입장이 예술이 될 수 있을까? 

필자가 주목하는 점은, 재료와 표현기법에 있어서 일본화와 한국화에서 나타나는 표면적 유사점과 차이점이 아니다. 일본화와 한국화에 의식의 차이가 존재한다면 그 차이는 분명 해방이후 주체의 확보라는 시대적 소명에 의한 지점에서 발견 될 수 있을 것이다. 한국화의 문제는 그 문제의식의 주체가 개인에 있지 않고 민족과 국가에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민족과 국가는 지켜야 할 절대 가치이며, 작가 개인의 작업도 민족에 귀결되는 방향으로 전개되곤 했다. 

한국화라는 개념이 독립적 언어가 될 수 있는(예술이 될 수 있는) 최소한의 가능성은 재료와 기법의 다름이 아니라, ‘그림’으로서 작용함에만 존재한다. 민족성과 지역성은 따로 강조할 연유도 없으며, 건네야 할 말도 내용도 될 수 없다. 한국인이라는 혹은 한국미술, 한국화라는 특수성은 자연스럽게 드러날 뿐 그것을 강조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그림’으로서 ‘미술’로서 언어의 기능을 획득키 위해서는 보편적 상징(이미지)과 감정을 사용하여 사적 입장을 밝혀야 할 뿐이다. 이미지는 외부로 보이는 것과 다른 참 의미, 즉 속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한 이미지의 속성이 또 다른 이미지의 속성을 만나서 또 다른 이미지의 속성을 만들어 내고 그것이 삶의 속성과 유사할 때 미술로서 힘을 발휘한다.

 

▲ 이호억 중앙대학교 강사    ©놀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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