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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웰다잉과 나의 어머니
도희수 웰다잉강사
기사입력  2019/09/04 [11:47]   놀뫼신문

▲ 도희수 웰다잉강사     © 놀뫼신문



12남매를 낳아 주시고 길러 주신 김복순 여사, 나의 어머니이시다. 얼마 전 94세의 생을 마감하셨다. 그동안 병원 신세 한번 진 적 없던 분이셨기에 임종 전 악성통증은 당신이나 가족 모두에게 숨이 콱콱 막히는 아픔 그 자체였다. 이래도 참고 저래도 참고 그저 “괜찮다”고만 하셨던 어머니! 담당의사는 “이렇게 폐가 굳었는데 어떻게 참고 버텨내셨냐?”고 질문이다. 두 다리를 디디지도 못할 정도로 심폐 기능이 안 좋은데 숨 쉬는 게 기적이라고 할 정도였다.

남들은 호상이라고 위로의 말들 하지만, 나의 엄마는 죽음과 무관하고 그냥 그 자리에 항상 계실 줄 알았다. 불러봐도, 둘러봐도 텅빈 엄마 방에는 그늘지고 초췌한 사진 몇 장만이 덩그러니 걸려 있는 걸 보니 인생이 뭔지, 사는 게 뭔지 싶다. 먹어도, 걸어도 허공 속을 헤매는 듯한 허기짐은 ‘엄마’라는 단어가 가슴에 사무쳐 있어서인 듯싶다. 못해드린 것뿐이고 잘해드릴 껄껄껄 ...

 

1인병실에서 아시는 분들 다 만나게 해줌

 

그래도 참 다행인 것은 내가 웰다잉교육을 받았다는 것이다. 건강했던 엄마가 갑자기 위급한 상황으로 급박해진 10일의 병원 입원 동안 할 일이 많아졌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어머니가 좀 주저하긴 하셨지만, 입원 전 이미 작성해 놓으신 상황이었다. 이제 제일 먼저 할 일이, 중환자실로 갈 것인지? 가족 품에서 보내 드릴 것인지? 가족회의 끝에 1인실로 옮겼다. 살아계실 때 연락을 하는 게 낫다는 결론을 얻어 가까운 친인척에게 알렸다.

숨이 차오르고 금방 산소포화도가 떨어지고 혈압이 떨어지는 순간순간이었다. 그럴 때마다 최대한 자발적인 호흡으로 덜 고통 받으면서 그동안의 추억과 행복했던 이야기들을 계속 해드렸다. 이혼한 며느리까지 와줘서 고부간의 대화를 나누게 해드렸다.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는 껄끄러운 사이가 아닌가 싶어서 양해를 구하니 순순히 흔쾌히 해주었다. 말은 할 수 없지만 고개는 끄덕끄덕 하시며 미우나 고우나 이쁜 손자 손녀를 낳아주고 길러준 며느리와 화해의 시간이었다. 

손자 손녀들을 포함하여 할머니께 엄마에게 어머니에게 등등 엄마를 향한 전상서 편지는 쪽수가 계속 늘어나고, 그렇게 눈물로 범벅이 된 것을 가족이 돌아가며 계속 읽어 드렸다. 이웃에게도 연락하여 한분 한 분 손을 잡아드리고 좋아하는 찬송가를 틀어드렸다. 엄마의 얼굴빛은 파랗게 감돌지만 얼굴 모습만큼은 평온한 모습이었다. 동네 이장님께 전화해서 “한글대학 다니시는 어르신들을 모시고 좀 와달라” 청하였다. 당장 봉고차로 모시고 와서 이름을 부르니 금세 눈을 떠 보이시고 눈물로써 대답해 보이신다. 

엄마는 성격 급하신 아버지 만나 고생 많이 하셨음에도 불구하고 아버지를 늘 그리워하셨다. 자식들을 위해서는 몇 개의 통장을 만들어 장례비용까지 남겨주셨다.

 

정확한 병명 알려서 유언하게 해주었어야

 

엄마를 보내 드리면서 후회스러운 게 몇 있다. 엄마한테 정확한 병명을 말씀 드리지 않고 그저 “조금만 참으면 좋아져서 퇴원할 거”라고 안심시켜드리기에만 급급했다는 것, 엄마의 마지막 준비를 본인 스스로 할 수 있도록 기회를 드리지 못한 점이 아쉽다. 엄마는 갑자기 점점 위급하고 긴박해지는 상황에 많이 당황하고 두렵고 무서웠을 것이다. “정확한 나의 병명에 대해 알권리가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인데, 그랬더라면 가족들한테 마지막 당부의 말씀이라도 해주셨으련만..... 두번째는 영정사진이 평소 엄마의 편안한 미소가 아니라는 것. 가족이 많다보니 서로 미루게 된 거 같다.  세번째는 가까운 친지들을 좀더 살펴봤어야 했다는 점.

유품을 정리하는데 한글대학에서 받은 책가방 안에 들어있는 사진을 비롯하여 많은 학습도구가 최고의 유품이었다. 1년 반 동안 읽고 쓰고 듣고 보고 만들어진 작품들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가신 후에 알게 되었다. 용서와 추억쌓기, 자서전쓰기 그리고 당부의 말씀을 많이많이 할 수 있고 기록해 놓을 수 있는 곳이 바로 한글대학이었다.

 

바빠 죽겠는데 무슨 죽는 교육??

 

웰다잉 교육을 받을 때 최영숙 교수님 강의 내용이 나와는 상관없는 먼 이야기로만 들렸었다. 그러나 이제는 안다, 모두 나에게 그리고 우리 엄마를 향한 메시지였다는 것을 ... 엄마에게 못해드린 불효자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씻기 위해 마을 강의를 갈 때면 진심으로 배꼽인사와 가슴인사를 올린다.

수많은 세월 모진 풍파 이겨내시느라 고생하셨고 가족들 봉양과 부양하시느라 고생하신 인생선배님들 참말로 고맙습니다. “오늘 웰다잉 교육 있습니다”는 마을이장님 방송 소리에 고추 따다말고 작업복 차림으로 들러주시는 어르신들께 내가 배운 것을 들려준다. “어머님 아버님들, 잘 산다는 것은 잘 버텨내는 것입니다” 

나는 논산시청에서 마을 경로당 인권과 웰다잉 강사로 위촉되어서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상담사로 활동 중이다. 한결같이 “죽음의 교육이 살아가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이구나”하는 말씀들을 많이 하신다. “일손이 바쁜 때 무슨 죽는 교육을 하느냐?”고 귀찮아하시던 마을 이장님도 나중에 하시는 말씀, “잘 살아가는 방법이 잘 죽는 방법이구만유~~” 한술 더 뜨는 분도 계시다. “선생님들 다음 교육은 언제 또 오시나요?”

 

- 도희수(웰다잉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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