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월말 준공을 앞둔 논산시노인회관 © 놀뫼신문 |
|
대한노인회 논산지회가 논산대로 세무서 옆 새 건물로 이사를 눈앞에 두고 있다. 경하할 일이다. 논산시는 지역 어르신들을 모시려고 24억여원의 혈세를 들여, 그동안의 숙원사업이었던 노인회관 건물을 신축하였다.
그런데 기뻐할 줄 알았던 노인회가 반발하고 나섰다. 이대로는 이사를 못 가겠다며 이런저런 요구 조건을 내세우고 있다. 그 요구가 무엇이며, 현실적인 타당성은 어떠한지 따져보고자 한다.
공동작업장 겸하는 다용도의 노인회관
논산시는 지난 2017년 11월부터 강산동 666번지 2.083㎡(630평)에 대한노인회 논산시지회 사무실 및 노인회 공동작업장 건물을 신축하기 시작하였다. 이제 얼마 안 있으면 모든 공사가 완료된다.
박희성 전 노인회장의 공약이며 최대 숙원 사업이던 노인회관 신축사업은 국비 3억원, 도비 5억원에다가 시비 16억원을 들여서 총 사업비 23억 7천 9백만원이 투입된 시책 사업이다. 당초 신축공사 계획 시점에서는 노인 일자리 창출을 위한 공동작업장과 노인회 사무실 및 강당 등의 용도로 사용하고자, 그것들을 포함 1층 424㎡(128평)과 2층 420㎡(127평) 등 연면적 844㎡(255평)로 구성하였다.
지난 7월 26일, 공사 완료가 임박한 시점에서 대한노인회 논산시지회(지회장 임장식)는 이사회를 개최하고, 논산시지회 이전에 대한 모든 사항을 임장식 지회장에게 단독 일임하였다. 또한 논산시지회 이전에 대해서는 “노인공동작업장 운영에 대한 여력이 없어서 논산시지회 이전을 고려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단, 논산시에서 노인일자리를 다 만들어 주고, 사무국장 인건비 및 노인공동작업장 운영비 등의 예산을 확보해 주면, 그때 가서 이전을 고려해 보겠으며 새로 신축된 노인회관의 운영 및 사무실 배치 등의 제반사항을 전적으로 노인회에 일임해 달라”는 게 요구 조건이다.
지회장의 독단운영, 언제까지?
2019년 7월 말 기준으로 논산시 전체 인구 119,646명 중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29,742명으로 24.8%의 초고령사회를 이루고 있다. 70세 이상 노인은 21,755명으로 18.1%를 기록하고 있다.
백세 시대란 우리 인간의 수명이 100세에 다가서는 시대를 말한다. 이제 우리 사회가 백세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7년 우리나라 남자의 기대수명은 79.7세이고, 여자는 85.7세다. 환갑을 맞이한 이후에도 20년 이상을 더 살 수 있다는 통계 수치이며, 이런 현상은 우리 주위에서 흔한 일상이 되어 있다.
이제까지 우리 사회에선 교육, 취업, 은퇴라는 라이프 사이클이 일종의 공식처럼 되어 있었다. 그런데 백세 시대가 열리면서 “60세 전후로 은퇴한 다음 남은 인생을 어떻게 보내느냐?”는 것이 고령화 시대의 절박한 실존 문제가 되고 있다. 가난하고 외롭고 병든 나날로 이어지는 삶이라면 100세는 축복이 아니라 재앙이다. 이제 백세 시대를 맞으면서 노인회의 사회적 역할과 노인의 개인적 태도 모두가 중요해진 시점이다.
지난해 3월 13일 대한노인회 논산시지회장 선거에서 임장식 후보가 제15대 논산시지회장에 당선되어, 논산 전체인구의 25%인 노인의 수장직을 4년간 맡게 되었다.
논산시의 노인 관련 예산은 전체 예산의 10% 정도로서 연간 900억 원에 이른다. 이 중에서 노인연금이 600억 원으로 가장 많으며, 논산시지회 운영비 및 경로당 운영 등에는 연간 11억 원의 예산이 지출되고 있다.
논산시 노인회장은 노인들의 권익 옹호를 위한 봉사직이다. 따라서 노인회 분회는 물론 515개 경로당 회원들의 노인건강과 복지향상 및 노인일자리 창출 등을 위하여 주력 봉사해야 하는 선출직이다.
그런데 임장식 지회장 당선 직후부터 논산시와 노인회의 유대 및 협조 체제가 깨어지면서 파열음이 일었다. 급기야는 사무국장과 교무부장이 노인회를 그만 두는 등 인사사태까지 벌어졌다. 전국 노인회지회 중 사무국장이 없는 지회는 논산시지회뿐이다. 급기야 노인일자리 창출의 일환으로 운영되던 동고동락 건물의 ‘자연채 식당’도 문을 닫았고, 이에 따라 시에서 폐쇄하는 사태까지 발생하였다.
본지 591호(2019년 1월 30일자)에서 노인회장의 ‘주벽’과 ‘갑질’ 및 봉사직인 노인회장이 '업무추진비 지급을 급여 형식으로 받고 있는 점' 등등을 지적한 바 있다. 상징성이 다분한 지역의 어르신으로서 올바른 지도자상을 보여줄 것을 바라는 충정에서 외람되지만 사실을 적시하면서 표류하는 논산 노인회의 정상화를 간곡히 요청하였다. 그래서일까 잠시 주춤하는가 싶더니, 노인회관 신축 이전을 앞두고서 또다시 파열음이 내며 막무가내로 망치를 두드리고 있다.
노인회는 상하 아닌 수평 조직
추석을 앞두고 임장식 지회장은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경로당 회장들에게 4만원 가까이 하는 선물 세트를 지급할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노인회 회비로 지출한다고 한다. 노인회 회비는 보조금이 아니니까 지회장 마음대로 집행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모양인데, 그렇지 않다. 대한노인회 정관에 따르면, 노인회 회비는 도지회의 관리 감독 하에 사용할 수 있는 돈이다. 한편,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직접 관장하는 국가 선출직이 아니어서 당장 선거법에 저촉되지는 않을 수 있으나, 다음 선거에서 지회장에 출마하는 경쟁후보가 문제를 제기하며고발 조치하면 법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런 식의 결정은 임지회장이 지회, 분회, 경로당으로 이어지는 노인회를 상하 조직으로 인식하는 전근대적 발상에서 비롯된 발상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노인회 조직은 노인 복지를 위한 수평적인 단체로서 민주적 리더십, 하의상달식으로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평화스럽고 민주적인 조직의 전형이 노인회 조직이다.
노인회는 논산시의 최고 어르신으로서 지역경제활성화는 물론 지역 내 각종 사회단체의 모범이 되어야 한다. 다용도를 전제하고 건축된 신축 노인회관의 경우, 노인회에서 단독으로만 사용한다고 고집할 경우 지역사회에 덕(德)이 되지 못한다. 지역 내 대표적인 봉사 단체와 함께 공용할 경우, 노인회의 이미지부터 달라보일 것이다. 현실적으로도 두 단체가 공동작업에 의기투합한다면 그 시너지 효과로 노인공동작업장의 활성화가 전국적으로 괄목상대해질 것이다.
충남의 경우 이미 공주시, 보령시, 당진시 등 5개 시·군이 노인회관을 공용함으로써 추진력 넘치는 시민단체와 중지를 모아서, 결과적으로는 노인회 복지증진과 권익신장에도 박차를 가해가는 추세이다.
눈을 돌려 순천시 노인회지회의 경우를 보면, 660여개의 경로당 운영에 있어 타 지역의 모범이 되고 있다. 노인의날 행사도 2억 2천만원의 예산을 갖고 24개 읍면동의 특성을 살려 지회에서는 간단한 기념식만 치루고 나머지 행사는 읍면동 별로 효도관광, 경로잔치, 체육대회 등의 행사로 대체하고 있다. 이는 지역별 상권을 살리는 것은 물론, 여타 봉사단체의 불필요한 자원 봉사를 줄임으로써 인력 낭비를 막아주는 효과도 있다. 마음문을 열고 찾아보면 타산지석 삼을 곳은 원근각지 도처에 있다.
경영의 금자탑 ‘섬김경영’
누구나 망치를 쥐면 본능적으로 두드릴 대상부터 찾는다는 심리학자 매슬로의 ‘망치의 법칙’이 있다. “망치를 든 사람에게는 모든 게 못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어린 아이에게 망치를 주면 두드릴 수 있는 모든 것을 찾아다닌다”는 명언이 그의 기록에 남아 있다. 시정이나 단체살림, 가계(家計)를 펼치는 데 있어서 망치로 두드릴 게 있고, 핀셋으로 정확히 집어낼 것도 있다. 그동안 자기가 살아온 관성과 자신만의 생각과 고집에 얽매여, 본인만의 망치질로 자기 손을 찧거나 주변을 엉망으로 만드는 경우가 왕왕 있다. 따라서 망치소리가 날 때 반드시 ‘망치의 법칙’을 경계하여야 한다.
경로효친(敬老孝親)이 최고의 미덕임은, 만고 불변의 진리이다. 그러나 이 덕목도 시대의 흐름을 따라야 한다. 자신의 생각보다 남을 배려하고 감싸안고 나누는 후덕함으로 주위 사람들로부터 존경받는 ‘어르신’이 되어야 한다. 거친 세파를 헤쳐나온 지혜와 경륜은 우리 사회를 발전시켜온 원동력이다. 그 지혜와 경륜이 미래 100년을 펼쳐가는 현명한 길라잡이로서 우리 지역 사회의 등대와 채찍이 되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