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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이몽을 안 보시나요?
[MBC 토요9시 연속드라마 ‘이몽’]
기사입력  2019/06/27 [11:02]   놀뫼신문

 

▲     © 놀뫼신문

 

다른 꿈 이몽(異夢)! 같은 침상에 누워서 잠을 자도 다른 꿈을 꾸는 동상이몽(同床異夢)이 연상된다. 이도일몽! 마이웨이를 하면서 각자 다른 길을 걷지만, 꿈은 같다. 지지난 주 MBC에서 방영된 토요드라마 ‘이몽’ 23~26화에서 이봉창 의사가 안방을 찾아왔다. 여기서 이도일몽이 거론되었다. 이봉창 의사를 돕기 위해 한인애국단과 의열단이 “길은 다르지만 꿈은 하나다”라는 의미의 ‘이도일몽(異道一夢) 결의를 맺을 때 이봉창 이야기를 언급하는데, 삼국지 도원결의를 보는 듯하다. 

 

드라마 비교하면서 보기

 

MBC 특별기획 ‘이몽’(연출 윤상호/ 극본 조규원)은 일제강점기 조선을 배경으로 일본인 손에 자란 조선인 의사 이영진(이요원 분)과 무장한 비밀결사 의열단장 김원봉(유지태 분)이 펼치는 첩보 액션 드라마이다. 다수의 독립운동가들을 본격적으로 다룬 첫 드라마로서, 매회 현존했던 독립운동가들이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하는 역사적 현재이다. 

MBC에서 매주 토요일 9시 5분에 시작하여 4회를 내리 뽑는 ‘이몽’은 지난 5월 4일 첫방을 내보냈다. 지난 주까지로 30회니 시간이 좀 흘렀다. 시청률 조사회사 TNMS에 따르면, 현재 시청률이 5~6%대로 나오는데, 이 정도면 드라마 전쟁터에서 승자이다. 올해 3·1운동100주년을 기념하여 나온 시대극과 드라마가 몇 된다. 그 중 토요일 엇비슷한 시간대에, 엇비슷한 시대 배경인 드라마가 SBS ‘녹두꽃’이다. 시청률도 시소 게임을 벌인다. 비교 아닌 비교가 거듭되는 두 드라마는 촬영장소까지 엇비슷하다. 녹두꽃은 미스터션샤인의 촬영지였던 논산 선샤인스튜디오이다.  ‘이몽’은 주로 대전과 금산을 오가는데, 둘다 멀지 않은 곳들이다. 

드라마 중에서 다소간 공부도 병행해야 하는 시대극은 인기몰이가 여의치 않은 편이다. 더구나 일제강점기는 우울한 암흑기로 치부되다시피하여서 기피 대상이기도 하였다. 유관순 식의 옥사, 고문, 희망이라고는 찾아보기 어려운 일그러진 영웅들..... 머리로는 존경하고 찾아봐야 한다면서도 가슴으로는 웬지 척력이 작용하는, 경원(敬遠)의 영역이었다. 마치 세계사 속에서 중세가 암흑기로 명명되면서 눈돌리기 별로였던 사각지대인 것처럼.

 

▲     © 놀뫼신문

 

 

일제강점기지만 친근한 동시대 교감

 

그러나 우리 나라에도 몇 년 전부터 새로운 바람이 불어왔다. 신파조 분위기를 반전하기 시작하였다. 최근 일제강점기 배경 영화들은 이전 작품들과 결이 사뭇 다르다. 2008년 김지운 감독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으로 시작하여 2015년 최동훈 감독 『암살』은 일제경찰의 손에서 “고문받다 처참하게 죽어간” 스테레오 타입화된 독립군이 아니다. 자신의 의지로 독립군을 선택하여 지능적이고 과감하게 작전을 펴는 스타일리시한 독립군들이 즐비하다. 『밀정』, 『박열』 등도 대동소이한 흐름들인데, 특히 박찬욱 감독 『아가씨』는 생뚱맞게도 시대를 일제강점기로 옮겨놓았고, 그래서 성공을 거둔 케이스다.  

최근 트렌드는, 일제강점기라고 해서 암울하기만 한 게 아니라 근대화의 물결 속에서 낭만이 솟아올랐고, 오늘날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은 성정(性情)의 동시대인으로 감정이입을 해주었다. 여기에 일등 공신은 주로 여자주인공들이었다. 구한말 여성들은 위축되었을 거라는 지레짐작과는 달리, 신여성들은 자신의 생각과 의지를 여과 없이 표출하는 캐릭터로 변신하였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우리는 미스터 션샤인에서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핫이슈로 떠오른 이몽의 ‘김원봉’

 

‘이몽’에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여주인공 이요원은 좋은 여자로, 혹은 나쁜 여자로 고정되지 않는 캐릭터이다. 때에 따라서 변신하는 캐릭터가 ‘이몽’의 조선인 여의사 캐리어 우먼으로 활약한다. 여기에 김원봉으로 분한 유지태가 쌍벽을 이룬다. 지난 현충일에 문재인 대통령은 김원봉을 들고나왔다. 김원봉! 무장독립운동의 선봉장으로 맹활약하다가 해방 후 월북하여 북조선에서 요직을 거치다 숙청당한 시대의 풍운아 김원봉 의열단장, 그에 대한 평가는 양극화의 극치이다. 한동안 정치권을 벌집처럼 쑤셔놨지만, 지금은 소강 상태로 접어든 듯하다. 

정치권의 김원봉 논쟁이 ‘이몽’에게는 효자뻑이 되는 듯하다. 30회를 다 보려면 며칠 밤을 새야 하므로 이몽을 굳이 처음부터 볼 필요가 없다. 지난주것 29~30회 홍구공원부터 시작하여도 큰 지장이 없다. 그래도 처음이 궁금하다면 유튜브에서 요약본을 볼 수도 있다. 화제성1위 드라마 ‘이몽’ 핵꿀팁

https://www.youtube.com/watch?v=rB8N9gp8qYM&feature=youtu.be 대하드라마의 다이제스트는 아니지만 지금까지의 흐름을 알려주는 유튜버들이 좀 있다. 배기성, 박준영 등 역사강사들은 이몽에 나타난 사실과 역사적 사료들을 리얼하게 비교해 주기도 한다. 역사를 실감나게 해설해 주니 이몽 덕에 1900년대 근대사를 덤으로 공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한편, 이몽 보는 것을 온 몸으로 저지하려는 유튜버들도 극성이다. 정치권에서 붙은 논쟁의 불씨가 이몽으로 옮겨온 양상이다. 김원봉, 그는 과연 어떤 인물인가? 아이러니하게도 극우교과서로 집필되다 불발된 박근혜표 국사교과서에서도 그는 상당한 대우를 받았다. 이몽은 픽션과 논픽션을 넘나들므로 예리한 족집게 역사쌤들의 특강을 골라보면 “아하 그래서 그렇구나!”하는 탄성도 저절로 나온다. 어쩌다 보니 이몽으로서는 의도하지 않았지만 노이즈마케팅이 되는 형국이다. 

 

▲     © 놀뫼신문

  

▲     © 놀뫼신문

 

▲     © 놀뫼신문



안방에서 걸어나오는 등장인물들

 

대하 드라마를 완상하는 방법 중 하나는, 홈페이지가 친절하게 안내해주는 시놉시스요, 그 중에서도 등장인물 소개이다. 이몽 홈페이지에 한판으로 그려진 등장인물들은, 중간부터 보기 시작한 시청자들에게 반가운 내비게이션이다. 이몽 홈페이지는 ‘이몽속 독립운동가’를 추가해놓았다. 드라마 속 인물들이 우리 안방 속으로 걸어나오게까지 만들어준 것이다. 

지지난 주 방영된 23~26화에서는 이봉창 의사의 의거가 일어나면서 안방극장을 울컥하게 했다. 실제 이봉창 의사는 서른 두 살이 되던 1932년 1월 8일, 사쿠라다문에서 관병식을 마치고 돌아가던 일왕 히로히토에게 수류탄을 투척하여 일본인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고, 전세계 피압박 민족에게 해방의 희망과 가능성을 안겨줬다. 

‘이몽’에서는 이봉창 의사를 돕기 위해 한인애국단-의열단이 ‘이도일몽’(길은 다르지만 꿈은 하나다) 결의를 맺으며 그의 이야기가 언급돼 보는 이들의 심장을 뎁혔다. 이영진-김원봉은 일왕의 열병식 이동동선과 시간 확보, 동아일보 상하이 특파원 신언준 무사 입국 등 경성에서 이봉창 의사의 의거를 도와 관심을 집중시켰다.

이봉창 의사의 폭탄 두 개 중 한 개가 불발되며 아쉽게 일왕 처단에는 실패했지만, 체포되는 순간에도 태극기를 휘두르며 “대한 독립 만세”를 외쳤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때 김구(유하복 분)는 “저는 이제부터 영원한 쾌락을 위해 떠나는 것이니 부디 슬퍼하지 마십시오”라는 이봉창 의사의 마지막 인사를 전하였다. 이처럼 ‘이몽’은 박에스더 선생, 이태준 열사부터 이봉창 의사에 이르기까지 목숨을 걸고 독립운동을 펼쳤던 선진들과 그들의 삶을 재조명함으로써 안방극장을 때로는 비장하게, 때로는 소름 끼치도록 옥죄어 왔다.

 

윤봉길 의사와 논산 사람들

 

지난 주 방송에서는 윤봉길 의사가 방영되었다. 윤봉길 의사, 그는 또 누구인가? 어쩌면 논산의 고등학생이 윤봉길 고향 사람들보다 윤봉길 의사와 더 친숙할지도 모르겠다. 논산고교생 전원이 매년 상해를 단체로 가서 홍구공원을 찾고 그에게 묵념을 올리기 때문이다. 논산시 해외수학여행 총책임자는 상해에서 두 가지를 특히 강조한다. “윤봉길 나이 25세, 우리 고등학생들 나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두 번째로 방문하는 역사의 현장 임시정부, 김구선생을 위시하여 당시 그 문턱을 넘는 사람들은 실은 사선(死線)을 넘는 것이었다.” 

상해에는 한글로 된 우리 대한민국 문화 유적지가 둘 있다. 홍구공원, 지금은 루신공원(魯迅公園)으로 개명한 곳 한 켠에  윤봉길 기념관이 의연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중국의 정신적 지도자를 기리면서 거듭난 루신공원의 호숫가에, 윤봉길 의사 기념관이 세 들어 사는 모양새지만 1932년 4월 29일은 달랐다. 윤봉길에 대하여 “중국인 5억이 해내지 못한 일을 조선인 혼자서 해냈다”고 칭송하면서 조선독립군들에 대한 이미지를 쇄신시켜 놓았다. 이봉창 의거도 그 자체로는 불발탄으로 보였지만, 이후 우리의 독립운동을 중국인들의 우호 속에서 진행되도록 하는 전기를 마련해 주었다.

우리는 역사를 찾아서 중국 현지에까지 간다. 그러나 모두 다 갈 수는 없다. 이제는 안방에서도 그 현장 체험이 가능해졌다. 설령 갔다 왔다고 하더라도 독립투사들에 대한 감회가 남다르다. 특히 3·1운동100주년을 맞아 자유를 한껏 누리는 오늘날 우리의 감회는 울컥하기까지 하다. 우리 놀뫼신문도 3·1운동100주년 기획시리즈를 10회 이상 진행중이다. 얼마 전에는 박시백 화백이 연무대 선샤인랜드에 내려와 일제강점기 시대의 3·1독립투쟁사 특강을 하였다. 그 강의가 진행되었던 선샤인스튜디오에서는 요즘 주말마다 ‘녹두꽃’이 피어나고 있다. 

시대가 변하면서 애국(愛國)이라는 말도 퇴색되어 가는 감이다. 그 선의가 정권에 이용당하는 개념으로 전락하기도 해서이다. 그러나 어느 시대에도 필요한 절대명제인 애국심을 한결 좁혀서 이웃사랑, 이타심으로 바꾸어 불러보자. 우리에게 오늘의 자유로운 공기와 삶터를 물려준 선진들의 이웃사랑을, 그 지독했을 희생심을 리얼하게 느낄 수 있는 현장이 어디일까? 꿈속에서가 아닌 현실에서, 홀로 앞장서 걸어간 그들을 체득할 수 있는 곳, 그 길 중의 하나가 2019 ‘이몽’이지 않을까 싶다. 

 

- 이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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