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산책 two]
한적한 시골 카페에서 전원교향곡을
도시의 바쁜 일상들에 지친 현대인들은 자신만의 ‘힐링 공간’을 찾고자 한다. 호텔과 바캉스의 줄임말인 ‘호캉스’는, 모던 라이프 스타일을 반영해주는 신조어이다. 복잡한 도심과 주차난을 피해 힐링을 누리고자 하는 이들을 위하여 계룡과 논산에 위치한 고즈넉한 시골 카페 두 곳을 찾아가 봤다.
구름 위의 산책 ‘운전(雲田)’
향적산 아래는 숨겨진 동네 같다. 계룡시 엄사면 향적산길 8-36에 위치한 신상 카페 ‘운전(雲田)’은 구름 위의 놀이터이다. 맑은 공기와 자연 속에 어우러진 티&디저트 하우스이다. 향한리 예로부터 왕의 놀이터라고 불렸다. 이 향한리 지역의 별칭을 모티브로 한 편안하고 아늑한 분위기의 카페다. 실내 분위기를 더 안온하게 해주는 주인공은 카페 주인장 임소현 사장이다. 손님과 격의 없는 즉문즉답이 이어졌다.
Q. 향한리 시골에 카페를 지은 이유가 궁금해요.
☞ 바쁘게 돌아가는 중심지보다는 아늑하고 편안한 느낌을 줄 수 있는 조용한 곳에 자리를 마련하고 싶었어요.
Q. 왜, 커피보다 티&디저트를 주력하는지요?
☞ 제가 차(茶)를 좋아해요. 심플하죠? 자주 마셔보면 느끼시겠지만, 차는 알수록 매력이에요. 제가 한때 미국에서 살았는데 이웃집에 자주 왕래하며 지냈어요. 그때 제가 차의 매력에 푹 빠졌던 거 같아요. 어린아이부터 할머니까지 한 자리에 둘러앉아 차와 티 푸드를 나누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참 인상 깊었어요. 세계에는 정말 다양한 종류의 차가 있는데, 커피를 선호하는 한국에 차(tea)라는 문화가 보편화되지 않은 게 좀 아쉬웠어요.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차 한 잔이 주는 기쁨을 안겨 드리고 싶었습니다. 우리는 매달 홍차의 메뉴가 변경돼요. 그달의 차에 맞는 티 푸드도 조금씩 달라지고요. 오실 때마다 새로운 차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물론 홍차가 메인 메뉴이지만 홍차 못 드시는 분들 위해 스페셜 원두를 사용하는 딜럭스 커피 메뉴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Q. 카페를 운영하면서 일상이 분주해졌겠네요?
☞ 하루하루 스케줄을 정해서 움직여야 해요. 재료 구입부터 티 푸드(디저트류 스콘, 케익 등)까지 제가 직접 만들기 때문에 항상 메모해서 체크하는 습관이 생겼어요. 그러지 않으면 당장 오늘뿐 아니라, 다음 날까지도 영향이 있더라고요.
Q. 개성있는 카페를 운영하자면 어려움도 따를 거 같은데요?
☞ 우리 카페 영업시간이 다른 가게에 비해 굉장히 짧아요. 10시부터 4시까지인데요. 물론 이유가 있지요. 홍차는 카페인이 포함된 음료여서 저녁 늦게 드시면 잠에 영향을 주는 부분도 있고.... 사실 운영 자체를 제 손으로 하고 싶었어요. 차를 우리는 거 하나하나가 쉽지만은 않고 차의 특성마다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직원을 두고 오랜 시간 영업을 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제가 손님께 향긋한 차를 만들어 드릴 수 있는 시간을 엄수해 영업시간을 정했지만, 사실 찻집이라고 하면 모두 저녁 늦게까지 하리라 생각하시잖아요? 마감하는 중에 오시는 손님 종종 계셔서 마감 시간 알려드릴 때가 죄송스럽기만 합니다.
Q. 시골에 카페를 운영하고 싶어 하는 분들에게 한마디 조언을 한다면?
☞ 시골이다 보니 대부분의 손님들이 초행길이세요. 특히 우리 가게처럼 대로변에 있는 매장 아니면..... 찾기 쉬운 표지판과 친절한 설명이 필수입니다. 또한, 시골 특성이 도심을 떠나 자연 자체를 즐기고 싶어 오시는 분이 많기 때문에 야외에 자리를 마련할 공간을 두시면 서로 좋겠죠?^
Q. 앞으로 계획이나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 차와 함께 곁들이는 저만의 티푸드를 연구하고 있어요. 외국에서는 대중적인 브런치 메뉴인 에프터눈 티세트를 현재 예약제로 판매 중입니다. 특별한 티푸드를 개발해서 티세트 구성을 다양하게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올해 5월부터는 가정에서도 가족과 친구와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애프터눈 티세트/ 티푸드클래스 같은 클래스를 계획 중입니다.
전원 속에서 써가는 #정원일기
요즘 면소재지에 다방 아닌 고급 카페가 눈에 띈다. 그런데 사람들 출입 거의 없는 곳에 전원주택 분위기를 그대로 살린 이색 카페도 있다. 연산 향교를 가다보면 초입에서 뜻밖의 카페를 만날 수 있다. 연산면 관동1길 53-2에 위치한 정원일기는 외할머니집처럼 푸근한 느낌을 주는 시공(時空)이다. 집 앞에 정원이 있는지라 ‘정원일기’이다. 집안 곳곳 장작들이 시골별장 벽난로 분위기를 업(up)시켜주는 곳에서 들려주는 카페 여주인 윤명희 사장의 이야기가 다정다감하게 들린다.
Q. 어떻게, 전형적인 농촌마을에다가 카페하실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요?
☞ 처음부터 카페를 하려고 온 건 아니었어요. 남편이 22년 군 생활 마치고 전원 생활을 하는 게 우리 부부의 꿈이었거든요. 전원주택이 크다고는 할 수 없지만, 둘이 살기에는 넓거든요. 애들도 커서 다 나가고 허전해서 취미 생활 겸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Q. 카페 전원일기는 어떤 분위기인가요?
☞ 정원일기를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힐링하는 곳이라 생각해요. 우리 카페를 찾는 손님들이 ‘힐링 잘하고 가요!’ 라는 말을 많이 해 주시거든요. 어떤 단골분은 스트레스 받을 때마다 방문한다고 해요. 화려하진 않지만, 시골외갓집처럼 편안하고 정(情) 머금은 곳으로 느끼도록 가꾸어가고 있어요~^
Q. 카페를 운영하면서 일상도 많이 바뀌었겠네요?
☞ 한적한 시골이다 보니 아무래도 오시는 손님들과 대화도 하게 되면서 변화가 많아졌어요. 다방면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다람쥐 쳇바퀴 돌듯하던 일상에서 벗어나 폭 넓은 사람들과 교류하게 되었어요. 생활에 긴장감도 느껴지고 삶이 활기차진 게 큰 소득이랄까요?^
Q. 혼자서 카페를 하루 종일 지켜야 하죠?
☞ 그걸 힘들다거나 어렵다 말할 수는 없지만, 도시에서 살던 관성이 있어서인지 도발적인 도심의 정취를 못 느껴서, 그게 좀 아쉬울 때도 있죠^
Q. 시골이나 전원마을에서 카페를 꿈꾸고 계신 분들도 있을텐데요, 그분들에게 한 말씀.
☞ 큰 욕심은 부리지 마셨으면 해요. 평소 내가 좋아하는 걸 취미 생활로 한다 생각하고, 거기에 더 만족을 두면서 경제적인 면을 이차로 여긴다면 카페 분위기도 여유로워서 단골 손님도 늘어나지 않을까 싶어요.
저는 늘 초심을 잃지 않으려 해요. 손님이 뜸할 때는 내가 좋아하는 일로 소일하면서 내가 먼저 힐링을 누려요. 나무꾼 남편이 바깥일 다 도와주니 계룡 선녀처럼 우아하게요~~^
‘힐링’이라고 해서 거창할 필요가 굳이 있겠는가? 일상을 잠시 벗어나 한적한 시골 카페로 들어가..... 따뜻한 차와 커피 한 잔 앞에 놓고 향(香) 음미하면서 지치고 힘든 일상을 잠시 내려놓는 건 어떨까?
- 권채윤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