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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뫼알릴레오4] 명절날 앞두고 찾는 단골이발소 "우리이용원"
기사입력  2019/01/30 [14:51]   놀뫼신문



명절 앞둔 이맘때쯤 남자들이 꼭 가는 데가 있다. 바로 목욕탕과 이발소! 오늘도 명절 앞두고 찾아간 단골이발소, 논산역 ‘우리이용원’이다.

논산역 앞이라면 고개를 갸우뚱할지 모르겠다. 역전 광장앞이 아니라, 역 건너편이다. 철길 가로 지르는 육교를 건너면 나오는 논산~대전 1번국도(계백로) 대로변이다. 여기 이발소, 오래된 우리이용원 문을 열고 들어간다.

 

어쩌다 단골손님 안 보일 때

 

예전 단골 이발소는 우리들의 동네 사랑방이고, 남자들만의 공간이었다. 이발소의 외형보다 중요한 것은 이발사 아저씨이다. 이발하는 의자에 앉으면 “하시는 일은 잘되시죠?” 인사가 들려온다. 이것이 바로 단골 대화법이 아닐까? 이발을 마치고 나갈 때 “먼데까지 찾아와서 고맙다”면서 야쿠르트 한 병을 주면서 감사의 표시를 한다.

나를 알아주는 이발사 아저씨, 나와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이발소.

돈보다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남자들만의 공간! 그렇게 우리는 이발사 아저씨와 단골이 된다. 나도 그렇게 ‘우리 이용원’의 장석태 아저씨를 만나 단골이 되었다. 우리는 언제부터인지 ‘손님’이라는 말 대신 ‘고객’이라는 말로 바꾸어 불렀다. ‘단골’이라는 말보다는 ‘충성고객’이니, ‘로열고객, 뿌리고객’이라는 말까지 듣게 되었다.”

장사장님은 반월동 출생 논산 토박이다. 누구나 가난했던 그 시절, 16살 나이에 이발소 견습공으로 출발, 지금까지 56년 한결같이 이발기술로 하나로 한길만을 걸어왔다. 외길 인생이기에 힘들만도 하건만 장 이발사의 술회은 의외다. 

“여기는 뜨내기가 없고 주로 단골손님들이죠. 그러니 오는 손님이 다들 가족 같아요. 이발하다 보면 하루가 금방이죠. 특별히 힘들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글쎄요 별로 없네요^”

슬플 때도 있지 않은지 물어보니, 이발사님은 왈칵한다. 

“단골 손님이 오실 때가 되었는데 안 오셔요. 그러다가 같은 동네 단골손님이 오셔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전해주신답니다.” 

한 명의 이발사와 단골손님은 그렇게 일생을 도반으로 동행해왔던 것이다. 엄밀히 말하면, 그 단골손님은 장 씨를 전속 이발사로 삼고 평생 호사를 누리다 간 셈이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고객들은 자신의 입맛에 맞추어 거래처를 바꾸어 가고 있다. 고객이 스마트해진 세상에서는 단골 손님은 세상의 기억 속에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 와중에도 이곳 ‘우리 이용원’에는 단골이 남아 있다. 단골가게, 단골손님이 더 많아지면 참 좋겠다.

 

 

입영열차와 바리깡의 추억

 

이발소는 우리의 추억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추억의 공간이다. 남자를 위한, 남자에 의한, 남자의 공간에 여자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면도를 여자가 하고, 머리를 여자가 감겨주면서 이발소는 더 이상 남자만의 공간이 아니게 되어갔다.

남자들이 중학교 입학하면 길러왔던 머리를 빡빡 깎아야 했던 시절이 있었다. 한참 멋을 알고 멋을 내던 나이에 ‘바리깡’으로 머리를 밀었던 시절이다.

월급쟁이 이발사에서 독립하여 논산역 시내버스 정류장 앞에서 이발소 열었을 때가 이발사 자격증을 땄을 때보다 더 행복했다. 

장 아저씨는 “그때 대건고 학생들이 우리이발소에 많이 왔어요, 멋내는 학생보다는 착한 학생이 더 많았어요. 세월이 바뀌어 두발자유화 되면서 미장원으로 가더라고요. 멋내는 기술은 거기가 더 낫다고 느껴졌던 거겠죠.” 

학생들이 빠져나가면서 이발소들도 어려워진다.

우리이용원 추억 중에는 논산만의 특별함이 있다. 논산역에는 매주 ‘입영열차’가 도착한다. 아침부터 긴 머리의 입영장병들이 애인 혹은 가족과 이발소로 밀려온다. 그때가 호황 중의 호황인 시절이었다. 멋쟁이 곱게곱게 길러온 머리를 ‘바리깡’으로 단숨에 밀어내자 짧아진 머리에 어색, 시원섭섭, 어리둥절~~~

“그때는 머리를 입영 시간에 맞추어서 깎아주어야 하니까, 부리나케 일해야 했지요.” 

옆에서 일을 돕는 아주머님이 한마디 거든다. 

“갑자기 애인이 눈물 흘리며 울어요. 옆에 있던 어머니도 따라서 울고요... 낯선 곳까지 와서 머리를 빡빡 밀어버리니 얼마나 허전하고 서운하겠어요?” 

그러나 울음도 잠시뿐, 훈련소 입영시간에 맞추어 서둘러서 이발소를 떠났다고 한다. 그때 그 시절 ‘바리깡’ 이발기가 아직도 그대로 있어서, 우리들의 기억과 추억을 이어주고 있다.

장씨 아저씨는 하루하루 번 돈을 저축하며 살아왔다. 살면서 커다란 어려움은 없었지만, 56년을 지내면서 여행을 딱 한번 제주도에 다녀왔다고 한다. 둘째 아들이 제주도 근무를 하게 되어서, 그 덕에 다녀온 여행이었다. 그렇게 살아온 외길인생이기에 자녀들에게는 늘 착하게 검소하게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우리이용원’ 장석태 아저씨는 20년 전 직장암판정을 받은 적이 있다. 그때가 청천벽력 같았고 이발소까지 접어서 심신이 가장 힘들었다고 술회하신다. 그 이후부터는 술, 담배 끊으며 건강관리 해오고 있다.

단골! 가족처럼 정이 생기고, 마음까지 나누는 뭉클한 단골! 올 설날 소원을 빈다면 두 분 부부가 더욱 건강해져서 단골 가게로, 추억의 공간으로, 이웃들의 전용이발사로, 나아가 도반으로 여생의 동행이 되어주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성수용(아모레퍼시픽 논산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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