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산화지중앙시장 청년10구역 ‘다락’ 이야기]
누군가는 ‘나’ 아닌 ‘우리’의 즐거움 위하여
청년상인거리에서 시장학교아이들 우루루루~
우리가 살아가는데 개개인보다 공동체를 위해 순수한 목적으로 일하는 사람이 필요하다. 그런 이들을 마을활동가로 일컫는다. 논산화지중앙시장 10구역은 청년10구역이라고도 부르며, 청년상인들의 연합체는 ‘다락’으로 불린다. 현재 다락 대표를 맡으면서 동시에 향초공방인 담초공방을 운영하는 문지희 대표에게 요즘 상인거리 풍경을 물었다.
9개 청년점포로 구성된 ‘다락’의 전체적인 활동도 있고, 화지중앙시장을 중심으로 마을학교를 만들어가는 활동은 논산으로서 괄목할 만한 족적들이다. 이야기는 본인의 개인사업 시작에서부터 출발하였다. 본인 사항은 예민한 대목도 있고 하여서, 한 다리 건너는 기자의 정리보다는 본인의 자체 기록이 낫다고 공감하여, 기자의 자판을 문대표에게로 넘겼다.
올해『놀뫼신문』은 일자리창출과 경제 부문을 좀더 보강해나가고자 합니다. 이 기획을 알차게 하기 위해서는 독자 여러분의 참여와 공유가 관건(關鍵)입니다. 점포, 기업은 물론 가정이나 동네의 소박한 경제사례 등등을 알려 주시거나 직접 기술해 주시면.....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시민 여러분의 적극적인 동참, 기다리겠습니다. - 이진영 기자
2016년 11월, 시끌벅적하게 화지중앙시장 좁다란 골목에 청년상인거리 [다락]이 문을 열었다. 인적이 드문 전통시장 한 자락에 11명의 청년 상인들이 모여 청년 10구역을 채우고 있었다. 시작과는 달리 이러저런 이유로 1년도 채 되지 않아 두 청년이 자리를 비우고 불 꺼진 점포가 사이사이를 메우고 있었다. 그 때까지만 해도 내가 그 곳에 공방을 열리라곤 상상조차하지 못했다.
이야기를 담은 향초 ‘담초공방’
농부의 아내로 농촌체험장을 계획하며 돌도 지나지 않은 젖먹이 둘째 아이를 안고 논산시 농업기술센터와 가까운 인근 지역을 오가며 여러 가지 교육과 기술을 배웠다. 지금 돌아보니, 그렇게 그 시간을 다시 보낼 수 있을까? 두 번은 못할 것 같다.
여러 가지 배워 익힌 것 중 ‘캔들(candle)’ 기술을 살려 남편의 농작물과 자연물을 활용하여 향초와 향기 타블렛을 만들기 시작했다.
귀농 귀촌하여 논산에 정착한 ‘꽃비원 농원’의 정광하/오남도 대표님과 여러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친정 부모님께서 수십 년간 수집해 오신 옛 물건들과 내가 직접 만든 향초를 보시고는 “앞장서는날’에 참여해보면 좋겠다”는 제안을 하였다.
앞장서는날은 한 달에 한 번, 상월 KT&G 상상마당에서 열리는 시장으로 논산 귀농귀촌협동조합 ‘줌’이 운영하는 건강한 먹거리와 지속가능한 삶을 지향하는 장터다.
‘담초공방’의 시작은 거기서부터였다. 그렇게 한두 번 ‘앞장’에 참여하면서 작업 공간의 필요성을 느꼈다. 내가 직접 만든 향초와 친정 부모님의 옛 물건을 보시고 즐거워하는 분들과 더 많이 소통하고 더 자주 만나고 싶어졌다.
공방 자리를 알아보려 2주 넘게 논산 곳곳을 돌아다녔다. 토박이라 골목까지 샅샅이 돌아다니는 게 어렵지 않았다. 시내 변두리에 새로 지어진 건물에 증축을 하고 있었다. 주차도 편리하고 바로 앞 근린공원도 잘 정돈되어 있고 한적하니 공방으로 적합한 곳이었다. 바로 계약을 했지만 준공을 한 달 가까이 기다려야 했다. 다시 자리를 알아보기로 하였다. 이미 한 달이라는 시간을 허비하여 마음이 급했다. 그 때 마침 [다락]이 떠올랐다!
시장을 몇 번을 오가며 여러 고민을 했다. 하루에 반나절 이상 청년상인 점포에 직접 나가 있어 보기도 했다. 전통시장 안에 캔들공방이라? 홍보나 매출은 기대할 수 없는 조건이었다. 나도 시장에 들어오기까지 쉽진 않았다. 지원과 무관한 개인 점포임에도 시청 담당공무원 대부분이 ‘먹거리가 아니다’며 공방 입점을 탐탁치 않아했다. 그럼에도 분명 이 곳에서 뭔가 즐거운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예감으로, 즐거운 일을 만들고 말겠다는 다짐으로 내부 시설과 실내 장식에 더욱 공을 들여 시장에 자리를 잡았다. 그렇게 재작년 가을, 논산화지중앙시장 다락 거리에 공방 『담초』가 문을 열었다.
‘화지중앙시장 행복마을학교’
그 무렵 논산계룡교육지원청에서 논산행복교육지구 학교 밖 행복마을학교 육성 사업 공고가 나왔다. 화지중앙시장을 하나의 마을학교로 만들어 보자면서, 다섯 청년점포가 마음을 함께 하여 공모에 지원하였다. 교육지원청과 양촌 놀뫼체험학습장을 오가며 교육과 프로그램 개발로 열과 성을 다했다. 시범사업을 운영하게 되었고 짧은 시간 안에 나름 여럿 결과물들이 나왔다. 시장 인근에 마을 자원들을 찾고, 아이들과 시장을 탐방하며 요리와 미술, 공예활동 등으로 프로그램을 전개했다.
아이들이 실크스크린으로 꾸민 장바구니로 캠페인과 나눔 이벤트를 했다. 디퓨저를 만들어 시장 화장실 환경미화에 도움을 주었다. 점포에서 제철 과일과 채소를 직접 구입하여 요리를 했다. 사실 이런 활동보다, 아이들이 점포 앞을 오가는 것만으로도 시장에 활기를 충분히 불어넣을 수 있었다. 한 회 한 회가 지날수록 시장 상인들도 웃으며 아이들에게 인사하고 말을 걸기 시작했다. 그것을 보는 게 기쁘고 즐거웠다.
시범사업 이후 몇 달 만에 2018년도 화지중앙시장 행복마을학교와 함께 하는 마을과 주민들이 늘었다. 대교2통에서는 동네 골목 담벼락을 내어 건양대학교 아트애드 학생들의 도움으로 아이들과 주민들이 함께 벽화를 완성하였다. 도시재생사업에 선정된 화지3통에서는 소전길 만들기를 하였는데, 여기에 우리 마을학교 아이들과 학부모들이 타일벽화 작업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 때 더욱 돈독해진 화지3통의 통장, 부녀회장, 도시재생사업 추진위원장께서는 마을학교 일이라면 밤낮없이 우리와 함께 하신다. 아이들과 함께 도시락을 들고 독거어르신 댁에 방문하던 날, 집집마다 대문 열어주시는 역할도 화지3통 삼총사이다.
화지중앙시장 상인회에서는 신제1주차장 개장 전 주차장을 열어주어, 회지시장 첫 야외영화제를 열었다. 시장 내 상인모임 청우회에서 회원분들이 나와 자리 정돈부터 먹거리 나눔과 마무리까지 도움을 주었다. 올해에도 기회가 된다면 춘추 2회 정도 진행할 예정이다.
화지동에는 특별한 복지공간이 있다. 2016년에 개소한 건강생활지원센터! 담당 팀장께서도 마을학교 활동시 관심과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으신다. 3층 강의실과 요리조리실 이용으로 쾌적하고 안전한 공간에서 활동을 전개한 적이 여러 번이다. 마을꽃밭가꾸기에는 센터 선생님들도 오셔서 함께 하셨다.
도시재생센터와 꽃피는 희망마을센터의 도움
마을학교 활동을 하다보면 “그 학교는 어디에 있냐?”는 질문을 종종 받곤 한다. 공간적 개념의 학교가 아니다 보니 설명이나 안내가 어려울 때도 있다. 아이들에게는 온 마을이 학교가 된다고 하지만, 그래도 언제든 모이거나 놀러올 수 있는 거점(據點)이 필요했다. 교육지원청이나 지자체의 지원없이 마을학교 내에서 풀어가야 하는 문제다 보니 거점 마련이 쉽지 않았다. 마침 대교2통에서 노인회관 빈 공간을 내주었는데도, 개보수 비용 및 최소 필요 용품을 구입할 수가 없어서 어렵게 얻은 공간을 눈 앞에 두고도 사용을 할 수 없었다.
여러 고민을 도시재생센터와 나누기 시작했다. 도시재생센터 또한 시장 인근에 위치해 있어 마을학교에서는 하나의 마을자원이었다. 마을 내 유휴공간을 찾고 공간 활용에 대한 고민을 나누다 취암동행정복지센터 관할의 화지동 ‘꽃피는 희망마을센터’ 교육관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도시재생센터 사무국장이 발 벗고 나서주어 마을학교 최대 난제였던 거점공간은 이렇게 해결되었다. 예산 도시재생센터와 주민 30여 명이 우리 마을학교로 견학왔을 때에도 의미있는 그 공간에서 사례 발표를 했다.
현재는 마을학교 외에 도시재생대학, 시청 열린홍보실 SNS 교육시에도 문이 열린다.
이 외에도 참 많은 활동과 도움이 있었다. 일일이 다 서술할 수 없는 게 아쉽기만 하다. 언젠가 마을학교 소식을 듣게 된다면 직접 참여해주시면 좋겠다. 이상으로 마을과 마을, 사람과 사람을 잇고 그 안에 예전의 공동체 의식을 회복하고 온 마을이 아이들의 자람에 함께 하는 마을학교 활동에 대한 이야기였다. 올해는 화지중앙시장 행복마을학교 운영 3년차이다. 이제는 시장과 시장 인근 마을뿐 아니라 더 많은 마을이 연계하여, 구도심 전체가 아이들에게 하나의 마을학교가 될 수 있게끔 계획하고 그 실현을 위해 노력중이다.
청년상인거리 ‘십시일반(十匙一飯)과 다락(多樂)’
청년10구역 다락에서도 즐거운 만남들을 만들어 가고 있다. 얼마 전에는 청년상인스타트업지원단의 도움과 상인들이 십시일반 모은 점포 제품들로 다락 영화제와 신년 나눔 이벤트를 진행했다. 예상보다 많은 분들이 찾아주셔서 성황리에 끝마쳤다. 앞으로도 나눔 행사와 [다락]에서 즐길 거리를 찾아 주기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시장 밖에서는, “청년10구역은 실패한 거리다.”, “잘 안 되는 곳이다”라는 평도 있는 모양이다. 11개의 점포가 시작하여 현재 9명의 상인이 청년 10구역을 지키며 각자의 자리에서 나름의 노력과 활동들로 성장과 발전을 하고 있다. 점포 유지율도 전국에서 굉장히 높은 수치다.
사람도 내가 만나봐야 그 사람의 진가를 알 수 있다. 내가 있는 이곳 [다락]도 직접 와보신 분들의 이야기로 논산의 즐거움이 되었으면 한다. 앞으로도 나는 이 곳 시장에서 즐거운 일들을 계속 만들어낼 것이다. 그 즐거움에 많은 발걸음이 함께하여 전통시장에 활기가 되고, 그 활기가 명실상부 재활성화의 시작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오늘도 시장으로 향한다.
- 문지희(‘다락’대표/ ‘담초공방’주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