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나교 강경고 학부모
오랜 만에 챙겨보는 드라마가 하나 생겼다. 우연히 보았는데 매력적이어서 금요일 토요일이 기다려진다. 나만 그런 게 아니었나 보다. 여기저기서 “스카이 캐슬(Sky Castle)”이야기로 웅성웅성한다. 유투브에는 성대묘사 등 여러 관련 영상들도 떠 있다.
나는 드라마 속에서 두 가지를 보곤 한다. 하나는 입시를 앞둔 학부모 입장에서 그에 관한 것들이 보인다. 또 하나는 등장하는 이들의 생활에서 쓰이는 소품 등 인테리어와 의상이다. 이런 대조가 내가 보아도 웃음이 난다. 나의 이중적인 면, 내 관심사가 철저하게 드러나는 것 같아서 말이다^^
이 드라마는 입시를 앞둔 몇몇 가정에서 벌어질 것 같은 개연성들을 다소 과장해서, 혹은 자극적으로 표현해 주고 있다. 어쩌면 과장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어떤 사람들 말에 의하면, 실제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인터뷰도 들려온다. 드라마에서처럼 이 시대 많은 학부모들이 자신의 자녀가 왜 일류대학에 들어가기를 원할까?
나 또한 마찬가지인데, 왜 그런 걸까? 너무나 당연한 질문을 다시한번 돌아보게 하는 드라마이다. 일명 좋은 대학에 들어가면 행복하게 살 것이라고 생각이 지배적인 거 같다. 그 행복의 조건은 돈, 명예이겠지? 그렇다면 행복의 조건이 그것이 맞는지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돈, 명예가 행복과 100% 연결되지 않는 것을 우리는 수도 없이 듣고 보고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왜 또 “무슨 소리야? 그래도 돈, 명예가 행복이지!”로 도돌이표다. 왜 그렇게 돌아가는 것일까, 우리는 은연중 완전 세뇌당한 것은 아닐까?
내가 여성인권에 관심이 많고 평상시에는 그쪽으로 민감하지만 엉뚱하게도 그에 반하는 생각이 올라올 때가 가끔씩 있다. 내가 자라온 사회에서 수십 년 동안 물들어서 그런 것 같다. 여성 인권도 그렇지만, 행복에 관한 우리의 시선도 그렇게 물들어온 게 아닐까!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좋은 친구를 골라 사귀어야 한다. 남을 눌러야 내가 올라간다. 같이 공부하고 시험 보는 친구는 경쟁자들일 뿐이다.” 극중 부모들 입에서 이런 말들이 거침없이 쏟아져 나오는데, 참으로 기가 막히고 숨이 막히는 언어폭력들이다. 이제부터라도 우리 아이들이 더 이상 그런 말을 듣지 않고 살아갔으면 좋겠다.
경쟁구도에서 빠져나올 힘 길러야
이 드라마를 보는 첫 회부터 통쾌함을 느꼈다. 요즘 흘러가고 있는 입시구도, 그리고 거기에 부응하는 많은 이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메시지일 것이라는 예측과 기대에 박수가 나왔다. 얼마 전 친구의 소개로 접하게 된 채현국 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아이들에게 경쟁에서 이기라 하지 말고, 경쟁의 구도를 빠져나올 힘을 기르게 해라.”
채현국 어르신은 ‘이 시대의 진정한 어르신’이라는 타이틀이 딱 어울리는 분이다. 이 분은 또 “돈 많이 버니 미쳐가더라... 살려고 도망쳤다”라고 털어놔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내가 생각이 흐려질 때마다 이분 영상을 되찾아볼 작정이다. 이번 주에 방영된 ‘스카이 캐슬’에서는 돈뿐만 아니라 양심, 남의 시선에 끌려 다니는 삶 등에 대해서도 심도 있게 터치하였다. 드라마에서 염정아의 시어머니(정애리 분)을 보면서 나는 우리 엄마가 떠올랐다. 남의 시선을 너무 많이 의식하는 점이 그랬을 것이다. 우리들 어머니 시대, 그 시대의 신여성이라 할 수 있는 분들의 특징이랄까, 남의 시선에 끌려 다니는 삶은 스스로 자유를 버리는 것일 텐데도 말이다.
생각해보면 나도 자랄 때 부모님의 과도한 기대와 염원 속에서 부담스러운 마음이 많았다. 학력고사가 끝났을 때는 결과가 기대에 못 미쳐서 죄송한 마음도 있었고, 숨막히는 시간이 끝난 것 같아 안도가 되기도 했다. 드라마에서만큼은 아니더라도 상황이나 느낌은 엇비슷하다. 시간은 30년이 지났는데 상황은 비슷하다는 현실이 슬프다.
이 드라마를 계속 보게 된 것은 첫회부터 통쾌함이 예측되어서였는데, 나는 어디에서 통쾌함을 느꼈을까? 경쟁구도에서 사는 이들이 행복한 삶이 아니라는 것을 꼬집어 주어서였을까? 치열한 입시준비가 현재진행형인 사람들은 이 드라마를 어떻게 보고 있을지, 한번 생각해 보았다. 아마도 자신들이 잘못 살고 있다고 느낄 것 같고 매우 속상해할 것도 같았다.
그런데 의외였다. 그렇게 느끼고 있는 것 같지가 않아서다. 드라마에서처럼 치열하게 일상을 지내면서도 드라마에서처럼 극단적인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이어서인지 그다지 문제 의식으로 보는 것 같지 않았다. 내심 안타까운 마음이다.
‘스카이 캐슬’이 또 건드리는 부분은 ‘김주영 코디’의 캐릭터가 보여주는 인간심리이다. 사람들은 근본적으로는 선한 것 같다. 그런데 이기심이 잘못 발동되는 실례가 종종 출현한다.
잘 났던 본인의 추락을 못 받아들이고 다른 이들도 함께 망가뜨려 이기심을 만족시키려하는 심보이다. 실로 무섭다. 사람이 극한 상황에 처하면 저렇게 행할 수도 있을까? 한가지 더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