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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뫼단상] 광한루와 선샤인랜드
기사입력  2018/11/20 [15:26]   놀뫼신문

정경일 건양대학교 디지털콘텐츠학과 교수



2000년대 초반에 개봉된 영화 라디오스타는 지역과 지역문화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 가운데 가장 우수한 영화로 꼽힌다. 영화는 한때 유명한 스타였으나 이제는 한물 간 가수가 시골 방송국의 라디오 DJ로 내려가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 방송국에서 그는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고 울분과 좌절감에 사로 잡혀 자포자기의 삶을 지낸다. 그러다가 점차 지역 주민의 순박한 삶을 만나게 되면서 새로운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 과정을 영화는 담담하게 그려 내어 잔잔한 감동을 선물하여 준다.

이 영화가 관객들에게 감동을 준 또 하나의 중요한 사실은 영화 속에 등장하는 주민들의 이야기가 허구적 구성이 아닌 실제 그곳, 강원도 영월 방송국 주변에 사는 주민들의 이야기라는 점이었다. 라디오 프로그램을 통해 소개된 중국집 주방장, 다방 여 종업원, 철물점 주인, 노인정 할머니, 지역의 젊은 밴드 등등의 이야기는 실제로 그들이 겪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졌기에 그곳 주민들은 물론 많은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해 주었다. 바로 실화가 주는 힘이었다.        

춘향의 사랑이 서려 있는 광한루

남원에 있는 광한루는 한해 평균 100만여명이 찾는 관광명소이다. 이곳이 관광의 명소가 된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수려한 경관이다. 광한루는 조선시대부터 진주의 촉석루, 평양의 부벽루, 밀양의 영남루와 함께 조선 4대 누각의 하나로 일컬어져 왔고 이들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여겨진 명소이다. 누각과 호수, 작은 섬, 호수를 가로 지르는 오작교 그리고 이들 주위의 울창한 숲과 아름다운 꽃들은 담양의 소쇄원과 아울러 한국의 정원을 대표할 만한 우수하고 독특한 조경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이곳이 우리 국민들의 사랑을 받는 명소가 된 것은 비단 조경이 잘 된 정원의 아름다움만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 두 번째 이유는 여기에 춘향의 이야기가 서려 있기 때문이다. 광한루원의 입구에는 비록 가상의 것이기는 하나 춘향이 살았던 집이 만들어져 있다. 그리고 많은 이들은 이곳에서 춘향과 이도령이 만났던 그네터에서 그네를 뛰어 보고 함께 사랑을 나누었던 작은 방을 들여다보면서 아름답고 진실했던 사랑의 이야기를 떠올린다. 우리나라 판소리와 고전 소설 가운데 가장 아름답고 가슴 아픈 이들의 사랑이야기는 변사또와 암행어사의 대립구조를 통해 당시 민중들의 삶을 돌아보게 하고, 퇴기의 딸이 정경부인이 되는 과정을 통해 고단한 스스로의 삶을 위로한다.

춘향의 이야기는 물론 허구이다. 그녀의 집 또한 만들어 놓은 것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그것이 진짜인가는 따지지 않는다. 오직 그 이야기가 우리에게 전하는 스토리에 공감할 뿐이다. 광한루는 춘향의 고향이고 그녀의 이야기가 전해지는 곳이기 때문이다.

선샤인랜드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기는가?

최근 논산에 선샤인랜드가 개장되었다. 논산시는 이곳을 논산을 넘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만들고 연간 30만명이 찾아오는 관광의 명소로 키우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이곳은 최근 방영된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촬영지로 각광을 받으면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논산시는 드라마의 성공과 연계하여 이곳을 한류문화를 접목한 병영테마파크로 만들고자 선샤인스튜디오, 서바이벌체험장, 드라마영화세트장등을 만들고 야심찬 출발을 하였다. 핵심이 되는  선샤인 스튜디오는 1990년대 서울 거리와 전통 가옥들, 전차 등이 재현되어 있어 구한말의 정취를 맛 볼 수 있게 하였다.

필자도 이곳이 멋진 관광명소가 되길 기원한다. 그러나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단순히 드라마나 영화의 인기만을 힘입으려 하면 결코 성공하지 못한다. 이미 우리는 이와 같은 실패의 사례들을 너무도 많은 곳에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곳이 충남을 넘어 한국의 대표적인 명소가 되기 위해서는 나름의 스토리를 만들어야 한다. 논산만이 가질 수 있는 문화적 자산과 그것에서 우러나는 독특한 스토리를 개발하지 않으면 안 된다. 드라마의 인기는 종영과 동시에 소멸되어 가기 때문이다. 

드라마 겨울연가를 통해 배용준과 최지우를 최대의 한류스타로 만들어낸 남이섬이 이제는 남이섬공화국이라고 하는 새로운 테마파크로의 변신을 꾀했기에 여전히 관광객의 발길을 불러 모으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선샤인랜드에 담아서 이곳을 빛나게 해 줄 논산만의 독특한 이야기가 무엇일까? 이제부터 새로운 고민이 시작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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