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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산책]“모두에게 엿을 먹인 화가” : 요하네스 페르메이르와 한 판 메이헤른 이야기
시인 김가방
기사입력  2015/08/25 [18:31]   편집부

   
 
레오나드로 다빈치의 ‘모나리자’는 세계에서 가장 매력적인 그림 중 하나이다. 화가도 그림도 이 만큼 유명한 경우는 드물다. 화가와 그림에 대한 셀 수 없을 정도의 논문이 만들어지고 평가가 이루어졌다. 그 행위는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다빈치의 ‘모나리자’ 만큼은 아니어도 그에 버금가는 그림 중 하나가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이다. 화보나 책, 방송 등을 통해 모두가 한 번쯤 보았던 작품일 것이다. 필자는 성별의 구분이 모호한(장점이기도 하지만) ‘모나리자’보다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가 더 매혹적이며 질리지 않는 그림으로 다가온다.
 
이 작품은 바로크 시대의 화가 요하네스 페르메이르(베르메르/1632~1675)가 그렸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라는 그림은 알아도 화가 페르메이르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또한 그에 대한 관심도도 그다지 높은 편이 아니다. 실제로 그의 삶과 인생은 알려진 바가 거의 없는 베일에 쌓여있는 화가이다. 전해지는 작품도 매우 적다. 피카소의 경우 약3만점 정도를 남겼고 보통 화가들은 수 백, 수 천점에서 1만점 정도 작품을 남긴다. 이에 비해 페르메이르는 약40여점(37점) 정도만 알려져 있다. 그 중 하나가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인데 이 작품은 네덜란드의 모나리자 또는 북유럽의 모나리자로 평가되는 그림이다. 그는 진주처럼 숨겨져 있다가 19세기 중반부터 주목을 받고 유명해졌다. 더불어 그가 더욱 유명해진 것은 천재적 명화 위조범 <헨리쿠스 안토니우스 한 판 메이헤른> 때문이었다.
 
미술사는 판 메이헤른을 명화 위조범으로 기록하지만 그는 단순한 위조범이 아니다. 명화 위조가 너무나 정교하고 완벽하여 당대의 전문가(감정가), 갤러리스트, 미술상인, 미술수집가 등 모두를 속였다. 게다가 그가 생산해낸 작품은 높은 가격에 거래되어 부를 축적할 수 있게 해주었다. 메이헤른은 1889년 네덜란드에서 태어났으며 건축학을 공부했다. 수채화, 소묘 등 그림을 배우며 렘브란트나 페르메이르 같은 화가를 꿈꾸었다. 그는 비상한 손재주를 타고난 사람이었다. 성서 관련 그림들을 그리며 그 실력을 인정받아 잠깐 동안 주목을 받기도 하였고 콩쿠르에서 금메달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유명세는 거기까지였다. 자기의 작품이 더 이상 주목을 받지 못하자 그는 자신의 수상작품을 모사해 진품이라고 속여 팔 생각도 하였다. 이일로 부인과 이별하고 자신의 일에 잘 간섭하지 않는 다른 여자를 택하였는데 이때부터 명화 위조범의 피가 생겨나기 시작한 것은 아니었을까 싶다. 

   
 우유를 따르는 여인
판 메이헤른이 활동했던 시기는 미술사로 보았을 때 매우 역동적인 시기였다. 인상주의와 모더니즘의 강력한 부상으로 전통적이고 고전적인 화풍의 아카데미즘은 쇄퇴하는 시대였다. 따라서 사실적으로 그리는 재능만으로 유명해지는데 한계가 있었다. 판 메이헤른은 윌리암 아돌프 부게로보다는 덜 억울할 테지만(윌리암 부게로:아카데미즘 최후의 대가. 루벤스, 렘브란트 등의 그림보다 완성도가 높고 예술성을 지닌 화가로 평가함) 그는 불행하게도 문명의 시대에 너무 늦게 도착하여 재능을 펼칠 수 없었다. 그는 예술계가 부패하고 무지하여 자기의 천재적 재능을 알아보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예술계에 반감을 가지고 자기를 무시한 전문가나 비평가, 상인들을 속이기 위한 위조 그림을 그리기로 하고 그 첫 번째 대상을 페르메이르로 선택하였다. 앞서 이야기 했듯이 페르메이르의 그림은 달랑 37점에 불과했고 그의 그림이 한 두점 발견되어도 이상할게 없고 효과는 클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판 메이헤른이 사용한 명화 위조 방법은 대략 다음과 같다.
1. 옛날 그림 구입 : 골동품 상점들을 돌아다니며 위조할 화가가 활동했던 시기의 그림을 산다
2. 원화의 그림을 제거 한다 : 구입한 옛날 그림의 원화를 긁어 낸다.(이때 다 긁어내지 않고 그림의 밑바닥이나 물감이 두꺼운층은 남겨 놓음-그림의 원래 균열을 유지하는데 필요)
3. 긁어낸 캔버스 그림위에 새로 그림을 그린다 : 위작할 화가의 활동시기를 연구하여 특징을 알아낸다. 그 당시의 물감과 안료 등을 구하여 긁어낸 화면위에 모방적 창조성을 발휘하여 그림을 그린다.
4. 오래된 것처럼 세월의 흔적을 만든다 : 오랜 세월 동안 건조되면서 생긴 화면의 균열을 만든다-균열에 쌓인 먼지나 화면의 때 등을 정교하게 만든다. 그림을 원통형 막대에 말아 균열을 만들고 그림을 화덕에 넣어 적당한 온도로 건조하고 먼지를 뿌리고 털고 바니시를 바르고 먹물을 바르고 다시 제거하고 다시 바니시를 바른다.
5. 완성한 그림을 진품으로 인정 받는다 : 그는 처음에 당대의 최고 권위자였던 여든셋의 노학자 아브라함 브레디우스 박사를 찾아가 위작에 대한 진품의 감정을 의뢰하였고 진품으로 인정 받는다. 당시 브레디우스 박사는 이틀간 [엠마오의 식사]라는 작품을 곁에 두고 감정을 하였다.
6. 자기가 그린 가짜 명화를 판다 : 미술관, 상인, 수집가 등에게 판다.
 
첫 번째 위작 [엠마오의 식사]를 최고 권위자인 브레디우스 박사에게 인정을 받고나니 그 다음부터는 모든 일이 쉽게 풀렸다. 판 메이헤른은 [엠마오의 식사], [최후의 만찬], [구세주의 상반신], [최후의 만찬2], [야곱을 축복하는 이삭], [간음한 여인], [발씻기] 등 페르메이르의 7점을 위작했고 [술마시는 사람들이 있는 실내], [카드놀이를 하는 사람들이 있는 실내]의 더 호흐 작품을 위작했으며 프란스 할스의 [술마시는 여인], 테르보르흐의 [남자의 초상] 등 총20여점 이상을 위작했다. 이 그림들은 당시 미술관과 개인 소장자들의 저택에 걸려 있던 명작으로 인정 받았다. 특히 [엠마오의 식사] 같은 경우는 네덜란드의 예술후원가, 기업가, 미술관장, 렘브란트 협회 등에서 기부금을 모아 그림을 구매하여 보이스만 미술관이 소장하고 전시회를 하기도 하였는데 그의 위작은 미술관의 가장 좋은 자리에 걸려있었다. 판 메이헤른은 미술관을 방문하여 관람객들 사이에 섞여서 자기의 그림을 감상하기도 하였다. 희대의 명화 위작자 판 메이헤른은 위작의 성공으로 생각할 수 없는 많은 돈을 손에 쥐게 된다. 미술계가 자신을 무시한데 대한 복수를 멋지게 한 셈이었다. 전문가, 감정가, 갤러리스트, 미술상인, 수집가 등을 다 속여 성공을 한 것이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졸부가 된 그는 초호화판으로 지내며 돈을 탕진하고 도박을 하며 마약에 중독된 생활로 망가진다. 게다가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나치 사령관 괴링에게 명화를 팔았다는 이유로 체포되어 전범으로 몰리는데(팔았다는 명화는 자기가 그린 위작 명화임) 결국 판 메이헤른은 전범을 벗어나고자 그 동안 자기가 했던 위작의 전모를 모두 스스로 고백하기에 이른다. 그것을 증명하기 위해 재판관의 감독하에 자기의 작업실에서 새로운 그림 [성전에서 설교하는 예수]을 그려 보이기도 하였다. 그는 재판에서 1년형을 선고 받은 후 한 달 후에 사망하였다. 
 
요하네스 페르메이르와 헨리쿠스 안토니우스 한 판 메이헤른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우리가 보는 미술관의 명화나 개인이 소장하고 있는 명화들 중에는 우리들이 모르는 또 다른 위작들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루브르 박물관에 있는 다빈치의 ‘모나리자’는 정말 진품일까? 우리나라에서도 뜨거운 위작 논란이 제기되었던 천경자, 이중섭, 박수근 등 한국 대표 화가들의 작품에도 깜짝 놀랄 위작이 있지는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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